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서 구해내고 싶어하지만,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은 윤 대통령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외교를 원할 수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3일(이하 현지시각)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보수세력들이 트럼프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면서 "귀환한 미국 대통령에게 국내 위기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 권력의 모든 기둥-계엄군, 보수당, 대통령의 요새(관저)-이 무너지면서 그의 추종자들은 트럼프가 그들을 구출할 것이라는 희망에 매달렸다. 그들은 트럼프가 부정선거 주장을 어떻게든 조사할 것이라고 봤다"며 "그런데 이는 극우유튜버들이 퍼뜨리고 윤 대통령이 옹호하는 허구의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매체는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뒤엎을 권한이 없다"며 "국민의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그들을 구출하는 데 관심이 없는 듯하다"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의 자살골과 같은 사건에 대해 트럼프는 '모두가 나를 혼란스럽다고 부르지만, 한국을 봐라'고 짜증을 냈다"며 "트럼프는 만약 탄핵을 멈춘다면 윤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농담했지만, 취임식에 참석한 보수적인 의원들의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 국내 갈등에 개입할 뜻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한국의 정치적 갈등에 개입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정학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가치와 동맹을 제쳐두고 외교에 대한 거래적 접근 방식인 '원칙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트럼프는, 이념적인 부분에 흔들리지 않고 동북아에서 동맹의 핵심으로 한국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거래적 시각으로 한국 정치 위기를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이 현 상황을 이념적으로 보는 반면, 이재명 대표는 실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보다는 이 대표와 좀 더 잘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구실로 지난해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면서 "공산주의 전복에 대한 민주주의 구세주로서 워싱턴이 한국 전쟁에 개입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 사회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념적 갈등을 본인을 방어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한국 내부의) 중국 혐오 감정을 기반으로 윤 대통령은 중국이 지난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의 배후에 있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왔다"며 "조작된 선거 시스템은 정치 세력의 국제적 동맹과 협력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중국과 민주당이 선거 공모를 저질렀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가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복음주의적인 기독교의 언어를 빌려 트럼프가 중국을 해체하는 메시아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과 달리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이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매체는 이 대표가 "한국의 번영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한 한미 동맹은 국가적 재난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민주주의 위기를 통해 우리의 동맹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체는 이 대표가 조셉 윤 미국 대사대리와 회동에서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실행할 새로운 외교 정책에 발맞추겠다"고 말하는 등 본인을 트럼프와 유사한 '실용주의자'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러한 태도가 "윤 대통령의 선동적 외교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국제적인 자유주의 대한 반감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무관심을 고려할 때 트럼프는 이 사건(한국 대통령 탄핵)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트럼프에게 더 나은 외교적 동맹은 윤 장관이 아닌 이재명 대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는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편을 들어 마비된 한국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더 많은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고 이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 동북아시아를 장악할 수 있는 힘을 얻도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그(트럼프)는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새로운 한국 행정부를 상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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