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어지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이 임기 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대통령 개개인 문제라기보다도 제도 문제가 크다"고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대통령 개인이 아닌 헌법의 문제'로 돌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경기 평택시 고덕변전소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헌법 자체가 87년 체제 이후에 여러 사회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한 당내 개헌특별위원회를 내주 중 출범할 계획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전체) 헌법으로 하면 굉장히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 정치체제 부분이라도 바꿀 때가 됐다"며 "정치체제와 관련해 (헌법이) 사회 변화상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성공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파악해서 개헌을 시작하고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개헌특위가 내주 만들어진다"며 "우선 당 자체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께도 특위를 만들어 개헌을 하자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그런데) 아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보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역대 국회의장, 원로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에 여론이 뒷받침되면 이재명 대표도 개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이) 지방소멸의 시대로 가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수도권의 주장만 주로 정책에 반영되고 비수도권은 반영 안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우리나라도 상·하원 양원제를 도입해서 인구수로만 모든 걸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대표성을 가진 의원들이 (지역) 전체를 보면서 균형잡힌 시각에서 주요 제도와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87년 체제인 현행 헌법체계가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그리고 의회의 헌법을 위반한 과도한 권한 남용에 대해서 제어할 방법이 없어서 지금 이런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닌가"라며 "7~8명의 대통령이 배출됐지만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고 할 정도로 현행 헌법체계에 문제가 많다", "행정·입법권력이 서로 견제·균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그간 정치권 및 학계에서 개헌이 필요한 핵심 이유로 지목돼온 '대통령의 권력 집중' 문제에 더불어, 윤 대통령이 계엄 취지로 강변하고 있는 '야당의 입법독재'라는 주장 또한 그대로 인용해 '헌법상의 문제'로 한 데 묶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탄핵 초기 국면인 지난해 12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초래한 계엄사태의 근본 원인이 "민주당의 탄핵안 무한 남발로 인한 정부기능 마비사태"라고 주장하며 "입법부가 탄핵안을 남발하며 행정부를 마비시킬 경우 행정부는 견제 수단이 없다"고 한 바 있다. 당시 야권 및 시민사회에선 권 원내대표가 '계엄을 옹호하지 않는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취지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이 본인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 "(계엄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을 내놔 비판 받고 있는 데 대해선 "바빠서 재판 진행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답변을 피했다.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은 전 신문·빙송이 모두 머리기사 등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는 "헌법재판과 관련된 것을 당 차원에서 직접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내란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이미 비상계엄 관련 부분들은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특위에서 뭘 더 밝히겠나"라며 "재탕, 삼탕하고 있는 것이 국조특위 아닌가. 연장 필요성은 전혀 없다"고 무용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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