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날인 4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한 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포고령 위반 정치인이 체포 대상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것은 4일 새벽,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위법'으로 규정했던 한 전 대표는 당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함께 했고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자신에 대한 '체포조'에 대해 항의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그랬다면 '정치활동 금지'를 명기한 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체포조 투입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이같은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포고령 위반 정치인 체포'를 정당화 하는 말로 해석된다. 나아가 '정치 활동 금지'를 명기한 해당 포고령 자체가 계엄군에 대한 '정치인 체포 지시'임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만약 국회가 계엄군과 경찰에 의해 계엄 해제 의결이 막혀 계엄 상황이 계속 진행됐다면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위헌적 포고령에 의해 한동훈 체포가 실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전 대표의 측근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계엄 선포 당일 찍힌 영상을 보면) 체포조가 한동훈 당 대표실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문을 여니까 쏟아져나오는 장면의 영상이 보인다"고 주장하며 "야당은 종북세력이니 야당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주장도 논리적 근거는 없지만 야당과 싸우는 여당 대표는 왜 체포하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틀 후인 6일 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젯밤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은 홍장원 전 국정원1차장이 국회를 찾아 윤 대통령의 "방첩사를 도와 싹 다 잡아들이라"는 발언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다는 폭로가 공개되기 전이었다. 홍 전 차장은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같은 폭로를 한 후 이날 저녁 전격 해임된다.
홍 전 차장은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재판 5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와 일관된 증언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면전에서 "(윤석열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체포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을 때 여 전 사령관이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다고도 증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으로는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날 자신의 체포 시도를 항의하러 온 한동훈 전 대표에게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위반은 체포 대상이라고 말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