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비화폰·안보폰)로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한 사실을 적극 부인하며 이재명·한동훈 등 정치인 '체포 명단' 논란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으나 '여론조사 꽃' 인근 계엄군 투입은 "(김 전 장관) 계획에 있었을지 모르나 '하지 말라'고 했다"며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윤 대통령은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5차 변론에 출석해 홍 전 1차장·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에 대한 각각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 피청구인 의견 진술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홍 전 1차장과의 전화 통화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계엄 관련이 아닌 조태용 국정원장의 출장 예정에 따른 당부 및 해외 순방 조력에 따른 격려 차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계엄 사태 당일) 처음에는 (통화가) 안 됐고 두 번째는 전화가 왔다"며 "전화를 딱 받으니까 벌써 약간의 식사나 반주를 한 느낌이 딱 들어가지고 제가 '조 원장 부재 중이니까 국정원 잘 챙겨라' 얘기하고, '이따가 내가 혹시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비화폰 잘 챙기고 있어라' 이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 오후) 8시 반 무렵에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하고 조 원장이 같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된 건가. 미국 있는 줄 알고 제가 1차장에게 전화했다. '원장 부재 중이니 (국정원) 잘 챙기라'고 했는데, '(조 원장이) 여기 있다'는 말을 안 했다.' 이렇게 제가 조 원장에게 얘기를 했다"면서 "제가 만약 계엄 상황에 대해서 국정원에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조 원장한테 직접 하지. (1차장 등에게) 안 한다. 원장한테 무조건, 기관장한테 한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1차장의 '윤 대통령이 '대공수사권 주겠다. 방첩사 도와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과 관련해서도 "제가 홍 전 1차장에게 전화한 것은 계엄 사무가 아니고, 이미 관련된 문제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 원장 하고 다 얘기를 했기 때문에, 해외 순방 때 국정원의 해외 담당 파트가 여러가지 경호 정보를 많이 도왔으니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했다)"며 "간첩 검거와 관련해서는 여기는(국정원은) 수사권이 없다, 조사권(만 있다). '국가 안보 조사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래서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관련해 "제가 국정원에다가 '방첩사 도와줘라'라는 얘기는 전임 김규현 원장 때나 조 원장 때나 늘 한다. 왜냐. 방첩사는 예산이 아주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국정원에는 정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예산을) 경찰에 줄 것은 경찰에 주고, 또 방첩사에 줄 것은 방첩사에 주면서 저도 '예산 지원을 좀 해줘라'라는 얘기를 쭉 해왔기 때문에, 또 (여 전 사령관이 홍 전 1차장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줘라. 간첩 수사 잘 할 수 있게 도와줘라'라는, 계엄 사무와 관계 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육사 48기고, 홍 전 1차장은 육사 43기다.
그러면서 "여 전 사령관이 홍 전 1차장의 육사 후배이긴 하지만 엄연한 기관장이고 계엄이 선포되면 방첩사령부가 사실상 국정원의 우위에 있기 때문에 차장, 더구나 1차장한테 (할 리가 없다)"며 "계엄 사항과 관련한 무슨 부탁을 한다든지 할 거면은 방첩사령관은 국정원장한테 해야 된다. 계엄이 선포돼서 여기가(방첩사령부)가 합동수사본부가 되면, 방첩사가 조금 우위에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홍 전 1차장 해임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조 원장의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12월 4일 (새벽에) 계엄 해제하고 저녁에 집에 있는데 조 원장이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홍 1차장한테 전화를 혹시 받았느냐'고 그래서 '모르겠는데, 내가 한 번 이 전화 끊고 한 번 (비화폰을) 열어보겠다. 그래서 열어보니 전화가 왔는데 제가 못 받은 거였다"라며 "왜냐하면 비화폰을 무음으로 해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 조 원장에게 전화해서 '전화가 왔었노라. 왜 그러냐' 그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통화에서 조 원장이 홍 전 1차장에 대한 "어떤 정치적 중립 문제라든가"라며 해임은 언급했고, 그래서 "원장이 그렇게 판단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서 "12월 6일 오전에 관저로 1차장 해임 (결제안)과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에 대한 임명 결제안이 올라와서 점심 시간에 결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체포 얘기가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잡아 넣어라' 이런 기사가 12월 6일 아침부터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게 쭉 진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尹 "아무 일 없었는데…호수 위 달 그림자 쫓는 느낌"
윤 대통령은 그러나 '형사 재판'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한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홍 전 1차장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의 진술 내용인 '4인 1조로 끌어내라'와 관련해 "사실은 한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국회) 경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또 의사당 본관에도 그게 7층짜리 건물인데 그 안에도 수 백 명이 있었을 것이고, 또 '본관에 위치해서 질서 유지하라'는 탁전사 요원들도 불 꺼진 쪽 유리창을 깨고 (본관에) 들어갓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다 나온다"며 "(특전사 요원도) 처음에 14명(에 불과했고) 나중에 군 철수 지시하고 계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선관위 점거와 관련해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라고 한 건 내가 김 전 장관에게 얘기한 것"이라며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당국이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같은 데는 계엄군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정보사령부가 투입된 것과 '꽃' 인근에 계엄군이 투입된 것에 대해서는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선관위에) 계엄군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계엄 해제를 하고 나서 언론에 보니까, 방첩사나 사이버사가 투입이 된 줄 알았는데 정보사가 들어갔고 나머지는 근처에 있으면서 들어가지 못하고 왔다고 하는 보도를 봤다"며 "김 전 장관이 구속되기 전에 '이거 정보사가 갔느냐?' 하니까 'IT 요원들이, 거기가 좀 실력이 있어서 그렇게 보냈다'라고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또 "'꽃'도 제가 (김 전 장관에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아마 그게 자기들 계획에는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하지 말라' 그래서 (계엄군이) 가다가 중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증인 신문에 대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거를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총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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