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불법승계'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재판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들은 해당 의혹과 관련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인정됐고, 국민연금공단 손해액이 675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도 사법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3일 성명에서 이 회장 기소의 이유가 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기금 본부장 등은 국민연금이 이 사건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탄핵됐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이 회장도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최대 6750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엘리엇과 메이슨은 ISDS를 제기하고 승소해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혈세 2300억 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국가와 국민은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은 반면, 재벌총수 본인은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3~4조 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거둔 부조리에 죄가 없다는 판단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데 대해 참여연대는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경제적 약자들의 손해를 당연시하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법원은 스스로 재벌 특혜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이 회장 2심 무죄 판결을 두고 사법부가 "재벌 대기업과 총수에 대해 법치를 포기"했다며 "사법부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벌총수 이 회장 한 명을 위해 기존 삼성물산 주주, 정부, 국민연금공단, 외국계 기관투자자 등에게 손해를 끼치고 국내 시장의 건전성, 공정성을 훼손시킨 범죄자에게 죄가 없다며 국민 상식에 반하는 판결로 스스로 법치를 포기한 사법부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검찰은 지금 당장 항소하고, 국민 상식에 반하는 판결로 스스로 법치를 걷어차고 있는 사법부는 비상한 각오로 이 회장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며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가 무너지는 내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법원 역시 이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사법부는 광장에 나온 노동자 시민들이 던지는 '사법부가 존재해야 할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최소비용 경영권 승계와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자신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방식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쳐가며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지만 배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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