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한 번도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 일본과 협상한 한국 측 협상 대표가 토론토 총영사에 임명됐다.
3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토론토 총영사에는 김영재 전 주미국 경제공사가 임명됐다"며 "김 총영사는 행시 37회로 국제경제국장,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 등 경제 통상 주요 부서와 미국, 제네바 등을 거친 경제 외교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외교부가 소개한 약력에 소개되지 않은 김 총영사의 역할이 있다. 그는 직전 외교부 유네스코협력 TF 팀장을 맡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일본과 협상을 진행했다.
그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약 넉 달 앞둔 지난해 3월 협상대표로 임명됐는데, 사도광산 현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일본과 협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영재 당시 팀장은 사도광산에 간 적이 있냐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질문에 "간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현장에 방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3월 TF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에 김 의원은 "현장도 모르고 협상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가 김 총영사를 경제‧통상 관료로 전문성을 키워왔다고 소개했는데, 이러한 인사에 유네스코 협상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협상을 잘하는 동료라 제가 발탁했다"고 답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부 시설에서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도 일본은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하기에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김영재 총영사가 성과라고 언급했던 노동자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최종 불참하면서 유네스코 등재 협상에서 한국이 얻어낸 성과가 전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일본 정부는 추도식을 이틀 앞두고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을 참석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시 신사를 참배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우익의 전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참의원에 당선된 이후 8월 15일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이같은 인물을 사도광산 추도식에 보내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한일 간 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추도식의 이름부터 단순히 '사도광산 추도식'이라고 하여 그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한국인 유족들의 참석 비용도 모두 한국 정부에 전가하는 등 일본은 강제동원 노동자를 추모하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한국 유족들은 결국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도광산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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