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주모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불허(24·25일) 및 검찰의 구속기소(26일)를 놓고,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검찰·공수처에 "불법"이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법원 결정 취지나 심지어 윤 대통령 측 자신들이 앞서 했던 주장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25일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자,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지금까지 수사권이 없음에도 수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26일 검찰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자 변호인단은 "거대 야당의 '하명 수사기관'을 자임한 공수처가 조기 대선을 위해 대통령 내란 몰이에 앞장섰고, 검찰은 각본대로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검찰과 공수처가 모두 민주당의 하수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셈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므로 검찰의 기소 또한 불법", "직권남용 수사를 근거로 내란을 수사한 별건수사"라며 "검찰은 공수처의 위법 수사에 눈을 감고 기소 대행청, 지게꾼 노릇을 자임했다"고 주장(27일)했다.
그러나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불허 취지는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공수처만이 적법한 수사권을 갖고 있으며,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취지에 가깝다.
법원의 불허 이유는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도록 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한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이를 공수처와 검찰청 사이에도 적용시키는 공수처법 제26조의 규정취지, 검찰청 소속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하여 공수처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수처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그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청 검사에게 송부한 사건에서, 이를 송부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즉 △고위공직자인 윤 대통령에 대한 범죄혐의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해야 하는 것은 공수처이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 해야 하고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넘긴 이상 검찰은 추가 보완수사를 계속하기보다 바로 기소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은 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라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26일 윤 대통령 기소 결정 이전 전국 고·지검장 회의를 열어 법원 결정에 대해 "서울교육감 사건 등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확정한 전례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기소여부 결정을 위한 보완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 등 검사의 책임과 직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등 형사사법체계에 반하는 부당한 결정"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법원은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보완수사권이 없다'고 결정했고, 검찰은 '기소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추가·보완수사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현 상황은 모두 공수처의 1차 수사권 자체는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공수처 수사=불법'이라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검찰 모두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즉 법원 결정의 취지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는 적법했고, 그렇다면 공수처 수사를 철저하게 거부한 윤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로 공수처 수사를 '불법'이라고 주장해온 국민의힘의 대응이 비판받아야 하는 셈이다. 공수처가 결과론적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면 오히려 피의자가 수사를 거부하고 그 옹호세력이 자신들을 비난한다고 해서 신병 확보 후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한 점,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면 되리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겨버린 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공수처의 수사가 '엉터리 수사'였음이 사실상 법원에서 입증된 것"(24일 신동욱 수석대변인 논평),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불법수사, 불법체포를 했다는 점이 점점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국헌을 문란하게 한 내란"(24일 김기현 전 대표 페이스북)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권영세), 원내대표(권성동) 등 이른바 당 '투톱'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권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지난 25일 밤 발표한 메시지에서 "구속영장 기한 연장이 최종 불허됐다. 모든 혼란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위법적 체포영장 집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 모든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26일 윤 대통령 구속기소에 대해서도 "공수처의 불법체포·불법수사를 기반으로 이뤄진데다 윤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없는 잘못된 부실 기소"(신 수석대변인)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또 올려 "부실하고 부당하고 부정의한 기소"라며 "공수처와 검찰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내던져버렸다", "법률 대신 정무로 판단하는 사람을 어떻게 법률가라고 할 수 있겠나", "권력에 따라 눕는 검찰"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증거가 확보돼 있으면 기소하든지, (아니면) 조사가 필요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기소하라"고 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작 구속영장이 발부(지난 19일) 이후에도 공수처 수사에는 불응했고, 기소가 이뤄지자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므로 기소 또한 불법"이라고 하고 있다.
야당은 "국민의힘은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공수처도, 검찰도, 법원도, 헌재도 부정해 왔다. 이렇게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통째로 부정하면 도대체 무엇이 남느냐"(27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라고 꼬집었다.
조 수석대변인은 "끈질긴 현실 도피에도 달라질 건 없다"며 "내란 우두머리는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그 공범과 비호 세력들도 따박따박 단죄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 대해서도 "저질 코미디", "궤변 집대성"(25일 황정아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공수처,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까지 모두 다 부정하는 자들이 법치를 운운하고 적법절차를 따지다니, 소도 비웃을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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