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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대목에도 날지 못하는 무안공항…참사 흔적들 여전히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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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대목에도 날지 못하는 무안공항…참사 흔적들 여전히 '곳곳에'

망자 위해 홀로 밥 짓는 스님·현장 떠나지 못한 유족들…아픔과 상처 그대로 머물러

▲설 연휴인 27일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 펜스에 분홍색과 검은 리본으로 가득하다.2025.01.27ⓒ프레시안(김보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된 이번 27일. 설 연휴 기간인 무안공항은 쓸쓸함과 함께 적막이 감돌았다.

사고 현장은 노란색 폴리스라인과 파란색 부직포로 가려져 있었고 펜스는 수백 개의 추모 리본이 바람에 흩날렸다. 바닥과 기둥에는 추모객들이 남긴 편지, 시든 꽃들과 과일, 과자, 술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사고를 애도하는 흔적들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을 붙잡고 있었다.

이날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 날씨속에서 한 스님이 망자를 위로하는 밥을 짓고 유족들과 추모객들이 준비한 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백양사 문중스님이라 밝힌 불일 스님(63)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법문을 읊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며 "7재인 49재까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교에서 49재를 치르는 것이 혼백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데 중요한 의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100일, 이태원 참사 50일 등 여러 참사에서 유가족과 함께하며 기도를 올렸다"며 "육해공 참사가 모두 일어나는 이 현실이 참 서글프다"고 말했다.

스님은 "종교인은 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며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옥에도 가는 지장보살처럼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불일 스님이 사고로 휘어진 철조망이 보이는 현장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목탁을 치며 법문을 읊고 있다.2025.01.27ⓒ프레시(김보현)

설 연휴 공항 본청사도 고요했다. 무안국제공항 주차장은 기지국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피해 지원을 위해 배치되었던 커피트럭과 지원 트럭들은 모두 철수했고, 공항 앞에는 경찰차와 구급차 한 대만 남아 있었다.

1층은 분향소와 유가족 지원 공무원들 외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가족 단위의 참배객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고, 손편지로 떠난 이들에게 추모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편지를 달아둘 공간이 부족해 1층 기둥에 새로운 편지 추모 공간을 마련했으며, 추모객들이 정성스럽게 손편지를 작성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분향소에는 참배객들이 남긴 각종 다과와 편지, 술, 국화로 가득했다. 추모객들은 가족 단위로 모여 있는 위패와 영정사진을 보며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용인에서 온 김모씨(40대)는 "사고로 형님을 잃었다"며 "올해도 같이 떡국 먹고 성묘도 갈 줄 알았는데, 참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고 애써 담담히 말했다. 그는 분향소 방명록에 '너무 보고 싶습니다 형님'이라고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2층 브리핑장은 여전히 운영 중이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임시로 마련된 텐트 36동이 남아 있으며, 주로 유가족들의 임시 쉼터로 사용되고 있다"며 "유가족 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다른 유가족들도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아내가 희생자인 남편에게 남긴 손편지를 읽고 눈물을 훔치는 추모객도 있었다. 편지에는 '사는 동안 오로지 가족과 일밖에 몰랐는데 당신에게 닥친 시련이 감당이 안되네. 얼마나 무섭고 고통이였을까. 인사 없이 가서 많이 서운하지만 내가 참아야지. 고생많았고 많이 사랑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참배객들이 남긴 물품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멈춰 있었다. 설 연휴의 무안국제공항은 날씨처럼 차갑고 바람 소리만 가득했다.

▲27일 참배객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이어가고 있으며 기둥에는 추모의 손편지를 남길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했다.2025.01.27ⓒ프레시안(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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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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