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데, 대목 장사 앞두고 불까지 나니 살 맛이 안나네요"
설 연휴 하루를 앞둔 24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한 채소가게. 화마가 햘퀴고 간 자리 앞에 야채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에 탄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불에 타 제거된 천장은 구멍이 흉하게 뚫려 있었고 가게 내부는 시커멓게 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명절을 앞두고 피해를 입은 이웃을 돕기 위해 인근 상인들은 위로의 말과 함께 플라스틱 바구니에 조금씩 돈을 놓고 갔다. 한 청년은 가게 주인 몰래 의자 위에 흰색 봉투를 올려두고 떠나기도 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은 상처도 잠시 잊고 대목 장사를 위해 야채들을 늘어놓고 장사를 이어갔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조모씨(60대·여)는 "손해 본 건 크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쩌겠냐"며 "사람 안다치고 주위에 안 번진게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명절 앞두고 물건을 많이 들여 왔는데, 그것들을 차마 손님들에게 팔 수가 없어서 다 버렸다"며 "구청 직원들이 와서 정리하는 걸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양동시장에서 45년 동안 간식장사를 해온 상인 A씨(70대·여)는 "장사가 제일 잘 될 설 대목에 피해를 입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B씨(60대)도 "피해를 입은 건물에서 냉장고가 고장난 것 뿐"이라며 "진화가 빨리 안됐으면 우리 가게도 다 타버릴뻔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지난 22일 오전 0시 6분쯤 양동시장 한 채소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가게 냉장고 입구쪽에서 처음 불길을 발견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냉장고의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이 화재로 소방서 추산 83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의뢰해 감정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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