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서부지법 폭동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에서, 대법원을 대표해 나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을 거침없이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천 법원행정처장은 23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찰이 폭동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고 질의하자 "저희들은 그런 표현이 정치적인 레토릭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천 처장은 "여러 (여야) 의원들이 한결같이 '이번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되고 용납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진심으로 그와 같은 의미라고는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박 의원이 "왜 윤석열과 극우 추종세력이 이렇게 법원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묻자 "저희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천 처장은 또 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윤 대통령을 비롯한 그 추종자들이 사법 절차에 '불법' 딱지를 붙이며 지지층을 선동하다 보니 불복이 거세지고 있다"며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가 '사법 쿠데타', '법치 농단'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를 단칼에 반박했다. '사법 쿠데타'는 윤 대통령 체포 당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이었다.
천 처장은 이에 대해 "쿠데타라고 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반헌법적 방법으로 전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법치주의의 보루인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로도 쿠데타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천 처장은 '구속영장 발부도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라고 한다'는 추가 질문에 "저희들은 그 발언이 정치적인 레토릭이라고 믿고 싶고, 그 진의는 '불법'이 아니라 '부당하다'는 주장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야만 연약한 법치주의의 그릇이 깨지지 않기 때문에 간곡히 그렇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또 1.19 법원 폭동 당시 폭동 가담자들이 '저항권' 등 주장을 한 데 대해 "저항권이란 국가의 반헌법적·반법률적 권력 행사에 대해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회복시킴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려는 국민들의 정당한 움직임"이라며 "그런데 법치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법제도, 법원과 법관과 재판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난동을 하는 행위는 결코 저항권의 표출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저항권'을 "국가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지지 않은 방법으로 오히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질서를 파괴하고 무시함으로 인해 기본권 침해를 받은 국민들이 자위권을 행사하는 권리"라고 정의하며 "사법제도를 반헌법적인 방법으로 뒤집는 것은 저항권 행사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는 것이 저희들 입장"이라고 재강조했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이날 현안질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있으니 대통령 탄핵심판을 담당해선 안 된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문 대행은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할 만한 어떠한 언동도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천대엽 처장도 이 사안에 관련, 의혹 제기 측에 비판적 인식을 보였다. 천 처장은 "우리가 헌법에 법치주의 관련 제도가 마련된 것 만으로는 법치주의가 완성될 수 없고, 결국에는 법치주의에 대한 우리 모두, 특히 헌법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의 존중이 필요하 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여러 가지로 신중한 말씀을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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