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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갈라치기와 착취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웹툰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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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갈라치기와 착취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웹툰을 만들고 싶습니다

[尹 탄핵 이후, 노동의 꿈] ① 웹툰 노동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광장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정체성을 내보이며 다음 세상을 그리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탄핵을 넘어 우리의 삶을 바꾸자는 호소가 잦았다. 그 중에는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가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도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탄핵 이후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싣는다. 편집자.

저는 광장에 나가 윤석열 퇴진을 외쳐온 한 시민이며, 웹툰노동조합의 위원장입니다. 웹툰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선 것은 며칠 전이 처음이었습니다. 광장에 나간 과거의경험,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집회,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는 노조나 정당, 혹은 여러 다른 이념의 구호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탄핵 이야기만 해라, 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번 광장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노동운동가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서 시민께 이렇게 환영을 받아 본 적이 있나 싶었습니다.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광장에 모인 우리는 한목소리로 윤석열 구속, 그리고 내란 동조자들 모두를 척결하자고 외쳤습니다. 민주주의 질서를 부수려 한 계엄 시도는 선을 넘은 짓이었지요. 아무리 좋게 봐 줘도 더는 긍정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기에 우리는 쉽게 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사실 그 이전부터 여러 가지로 선을 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그의 정책, 아니 외면을 넘어 씨를 말려 죽일 듯 공격하는 정책과 행보에 분노가 한계에 달해 있었습니다. 그가 노동시간을 주 69시간으로 연장하려 했을 때, 우리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주 69시간만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이 주 69시간을 일하게 된다면,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우리는 주 100시간을 일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요. 화물운전 노동자가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지 못하게 되면, 우리의 웹툰 회당 단가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것을요.

노동자를 탄압하고 악마화한 윤석열, 제 욕심 때문에 제 나라 국민을 조폭 취급하고, 급기야 국회에 총구를 들이댄 윤석열. 반드시 척결해야겠지요.

그런데 윤석열 이후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윤석열이 주 69시간을 들고 나왔던 그때, 주 52시간 노동은 상대적으로 정상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척결되면 주 52시간 제도로 돌아갈 것이고…. 그것은 정녕 '정상'일까요?

사람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면 건강을 해친다고 합니다. 인간의 집중력은 4~5시간을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월화수목금, 5일 동안 8시간씩 일한다면 주 40시간입니다. 그것이 원래의 '최대 노동시간' 기준선이었습니다. 그것도 힘들어서 유럽 등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한답니다.

주 52시간 제도를 누가 정상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까? 윤석열입니까? 아닙니다.

그는 악마지만, 그 악마 하나만 쫓아내면 모든 것이 다 제대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우리는 윤석열 탄핵 이후를 꿈꿔야 합니다. 여기서 멈춰선 안 됩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계엄 시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던 주제에 부끄러움도 모르고 요즘 노동약자법이란 것을 도입하겠다고 떠들고 다닙니다. 그 법을 살펴보니, 노동약자라고 우리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들을 분리하여 부르겠답니다. 그래 놓고 겨우 공제회를 만들어 주겠다, 법률 상담을 해 주겠다고 합니다. 공제회는 이미 우리끼리도 하고 있고, 법률 상담은 우리 노조 법률고문이 더 잘 합니다.

이게 과연 충분히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법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 법안을 보고 섬뜩했습니다. 법안의 행간마다 제게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결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너는 결코 최저임금과,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너는 노동약자다. 너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 너는 2등 시민이다."

구별하고 차별하고 편 갈라 서로 증오하게 하는 전략. 유구한 세월 동안 잘 먹혔던 전법입니다. '억울하면 능력을 키워라, 능력 없으면 굶어 죽어도 할 말이 없다, 화가 나는가? 너보다 약한 자를 짓밟아라' 이런 잔인한 심성이 우리 사이에 자리잡도록, 다른 누구도 아닌 국가가 종용했습니다.

우리 웹툰 창작노동자들도 오랜 세월 소위 '메인작가'와 '보조작가', '인기작가'와 '비인기작가'같은 갈라치기로 서로 상처 주며 힘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동지도 동료도 없고 모두가 나의 경쟁자일 뿐이라는 이념이 우리를 자기 착취의 늪으로 빠지게 했습니다.

이제 더는 놀아날 수 없습니다. 그런 저열한 이념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윤석열의 퇴진은 그 첫걸음일 뿐입니다. 광장에 모인 우리들은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말하고, 인간다운 대접을 모두가 받는 세상을 바랍니다.

비정규직이라 차별받으니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세상입니다. 그런 구분짓는 이름이 의미없어지는 세상입니다. 비정규직, 계약직,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가짜 3.3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노동자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 모두가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일해서 먹고 사는 모든 사람이 먹고 살 만한 돈을 적정 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세상이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는 세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은 단순히 정권 교체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정치와 사회적 구조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며,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웹툰 작가로서,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저는 이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목소리에 공감하고 동참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단순히 윤석열 없는 세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갈라치기 없는, 모두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저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 치열하게 웹툰을 만들고, 그런 세상에서 더 행복하게 웹툰을 만들고 싶습니다.

▲ 2023년 5월 열린 '창작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 포스터에 실린 그림. 출처 : 웹툰작가노동조합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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