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놀란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한국을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2월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출 규모는 4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이 25억8000만 달러 순유출을, 채권 투자자금은 12억8000만 달러 순유출을 각각 기록했다.
주식 투자자금은 전월(-21억4000만 달러)에 비해 순유출 규모가 커졌고 채권 투자자금은 순유입(+8억1000만 달러)에서 순유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총 38억6000만 달러 순유출로 집계됐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0년 3월(-73억7000만 달러)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아울러 월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올해 9월 순유출 전환(-25억3000만 달러)한 후 4개월 연속 순유출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12월 순유출 규모가 9월과 10월(-1억2000만 달러), 11월(21억4000만 달러)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음을 고려하면, 그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가 외국인 투자 심리에 큰 충격을 미쳤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주식 투자자금은 국내 반도체기업 성장성 우려가 지속한 가운데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순유출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채권자금 순유출의 경우 "연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한 가운데 국고채 만기 상환, 낮은 차익거래유인 지속 등으로 순유출 전환했다"고 한은은 밝혔다.
국가 신용 수준을 보여주는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평균 36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전월(34bp) 대비 2bp 상승했다.
CDS는 채권 발행 주체, 즉 이 경우 한국이 국가 부도를 맞을 경우 투자자 손실을 보장해주는 파생상품이다. 따라서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다만 한은은 이번 CDS 프리미엄 상승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시중 유동성 긴축에 들어간 지난 2022년 10월~11월에는 59bp에 달하는 CDS 프리미엄 상승이 나타났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인 2023년 3월에는 43bp 상승세가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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