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2019년 9월 출범한지 5년 만에 첫 파업을 실시하면서 지역사회에 근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광주를 상징하는 상생형 일터인 GGM에서 본격적인 부분 파업이 이어지면서 지역경제 먹구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GGM은 지난 10일 노조 간부 20명이 경고성 첫 파업을 시작으로, 14일 본격적인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생산직 40~50명이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파업에 참여했다.
본격 부분 파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찾은 이날 오후 찾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 입구에는 '상생의 일터'라고 적힌 표지석만이 방문객을 반길 뿐, 오히려 흡연하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무직원부터 생산직원까지 파업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다.
밝은 조명 아래 로봇이 쉼 없이 움직이는 공장 내부는 여느 때처럼 가동되고 있었다. 공장 생산라인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하는 캐스퍼 전기차 모델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낮 12시 20분부터 차체·생산·품질관리·시설관리부 등 4개 부서 GGM 노조 조합원 67명이 부분 파업에 나서고 있었다.
공장은 조용하지만 묵직한 긴장감이 흘렀다. 노조가 순환 파업에 돌입한 첫날, 일부 공정에서는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3년 전 생산직 업무도 맡았던 비노조원과 일반직 직원들로, 108명 중 60여명이 투입됐다.
생산공장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정신 없고 익숙하지 않지만,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파업에 대비해 미리 교육을 받고 들어왔으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공정 대신 단순 작업에 동원됐다. 그러나 평소 사무직에 종사하던 직원들이 대부분으로, 생산라인 업무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노조원들은 사측의 약속 불이행이 이번 파업을 불러왔다는 목소리다.
노조원 A씨는 "사측이 약속한 복지를 제대로 지켰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주거지원비 30만원으로 원룸에서 살 수도 없고 체육관은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폐쇄된 상태나 다름 없다. 어린이집도 통학 차량이 1대 뿐이라 시간대 등이 안 맞아 이용하는 직원이 2명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측에서 동종업계 어디에도 없는 특근 참여율로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사측에서 요구하는 2교대나 신규 채용을 반대하지 않지만, 2교대 적용 시 현재 배정 받은 물량이 부족해 발생하는 무급순환 휴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생협의체도 어용단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파업이 1년 이상 장기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사측이 노조가 설치한 현수막을 하루만에 떼어내고 노조원의 선전을 막는 등 일반적인 사업장보다 오히려 더 탄압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사무실에서 만난 GGM 관계자는 "급히 교육만 듣고 대체 인력이 투입된 상태"라며 "생산라인의 효율이 평소보다 크게 떨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오후 4시경 노무담당 B씨가 사무실에 들어와 이날 평소 생산 목표량을 채웠음을 알렸다.
B씨는 "2시간 잔업을 하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243대가 생산되고 평소에는 198대 수준이다"며 "한 공정에서는 33명 중 13명이 빠지는 등 우려가 컸지만 오퍼레이터 등 가용인력이 총동원돼 목표치를 맞췄다"고 말했다.
GGM은 올해 캐스퍼 5만 68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B씨는 "현대차 총 생산량에서 광주공장의 5만대는 소꿉놀이 수준일 뿐이고, 결국 2교대도 도입하고 생산 규모를 키워야 산다"며 "한 부품업체는 작년에만 7억원의 적자를 냈다. 생산량을 늘려야 적자에 허덕이는 하청업체도 살고 직원들도 원하는만큼 상여금도 받고, 35만대 생산까지 임금·단체협상을 유예한 상생협정서 내용도 빨리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GGM에서 5년만에 첫 파업인데 오히려 언론에서 지나치게 보도하는 감이 없잖아 있다"면서도 "파업이 계속되면 현대차에서 배정하는 물량도 오히려 더 줄고, 목표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며 걱정했다.

앞서 GGM 노사는 6차례 교섭에서 임금·상여금·복지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결렬됐다.
노사는 지난달 1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2번의 회의마저 접점을 찾지 못해 같은 달 23일 조정중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
14일 부분파업은 지난해 12월31일 조합원 228명 전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찬성 200명으로 가결된 결과다.
GGM 생산라인 전체 인력은 550여명으로 이 중 노조원은 2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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