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이후 내 삶은 달라질 수 있을까?
민주주의가 다시 내 일터 앞에서 멈춰서는 것은 아닐까?
8년 전 박근혜 탄핵 이후 '적폐 청산'은 문재인 정부 집권의 정당성만 부여하고 끝났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희망을 봤지만, 사면에 절망해야 했다. 단죄되지 못한 역사가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행사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했다. 상시·지속업무, 생명·안전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무기 계약직과 자회사를 통한 또 다른 비정규 확대로 나타났으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폐기되었다. 환호가 또 다른 좌절과 분노를 만들어냈다. 박근혜 퇴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고 광장이 지킨 민주주의는 일터 앞에서 멈췄다. 오히려 '거대한 괴물'의 출현이라는 역사적 왜곡과 퇴행을 만들어 냈다.
윤석열의 만행은 8년 전과 완전 다르다. 국정농단이 아니라 계엄이다. 꼭두각시가 아닌 우두머리의 짓이다. '자괴감'을 운운하며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학살 음모를 정당화하는 반역자다. 아직도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부정선거 의혹이 밝혀지면 한 달 안에 90%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광훈의 말을 믿고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바람으로 반동 세력을 규합하고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
광장도 8년 전과 달랐다. 계엄군보다 시민이 빨랐다. 총과 장갑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경찰의 국회의사당 봉쇄를 시민이 앞장서서 막아냈다. 그사이 국회의원은 두 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고 계엄군에게 내려진 우두머리의 다급한 명령은 거부당했다. 당일 여의도에 모인 시민의 직접행동과 국내외에서 실시간 계엄 진행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깨어있는 양심의 승리였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리로 쏟아져나온 200만여 명의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 즉각 탄핵'을 요구했고 13일 만에 국회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조속한 헌재 판결과 윤석열 체포·구속을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밤새워 거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폭발적 참여는 집회문화만을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에 앞장선 2030 세대의 삶과 현실은 어떤가? 그들의 노동은 대부분은 불안정노동이다. 알바,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노동이다. 저임금, 단기간 노동이며, 언제 해고돼도 이상하지 않는 노동이다. 노동의 불안은 삶과 사회의 불안과 분노로 전위되고 있다. 이런 불안과 분노는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경험하고 목격한 세대라는 특징도 있지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내 삶의 질곡이다.
내 삶도 8년 전과 달라야 한다. 윤석열 퇴진 이후 그대로 멈춰 서면 안 된다. 민주주의를 굳건히 다지는 직접행동뿐만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1월 17일,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응원한 다음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까지 거리 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윤석열에 맞서 싸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건설, 화물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하는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1박2일 대행진'이다. 차별 없는 평등한 일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고 내란의 숙주인 국민의 힘을 도려내야 한다는 외침이다.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며 거리를 지키고 있는 청년세대가 외치는 민주주의는 내 삶을 바꾸는 일터의 민주주의를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 이들은 지난 정권의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본의 방해와 극우 언론의 선동에도 쉽게 굴하지 않을 것이다. 한남동에서 '민주노총이 길을 열고 나를 지켜 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직된 노동자의 힘이 중요하고 일터를 바꾸는 빠른 길은 노조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함께, 한 발 더 내딛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