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3 계엄 선포 직후 미국 측에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7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날조된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이날 정 의원은 민주당 '내란극복·국정안정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어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방문한 자리에 제가 한미의원연맹 준비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회동에 배석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비상계엄 당일 국가정보원과 외교부, 국가안보실 등 온갖 정부 기관 관계자들에게 다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절 통화가 안 됐다"며 "비상계엄 해제 직후인 4일 유일하게 아침에 통화된 사람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심으로, 윤석열의 뇌수였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인사로 김태효 차장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그 사람(김 차장)은 이미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골드버그 대사에게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강변을 되풀이했고 (골드버그 대사는) 그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시점은 계엄 선포 다음 날 아침이 아닌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늦은 밤 골드버그 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바 있다"고 했다.
이 통화에서 그는 "육성으로 방송된 대통령 담화문 이외에 관련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 간 소통을 이어가자고 했다"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한동안 '김 차장이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허위 사실로 진실을 호도하더니, 거짓으로 판명나자 이제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서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로 선전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김 차장은 또 "이러한 가짜뉴스는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행태로 즉각 중단해야 하며,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이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시간을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계엄 선포 직후 국가안보실 핵심 인사가 미국 측의 문의에 답변한 사실은 양측의 주장으로 확인된다.
다만 상황 파악이 시급한 골드버그 대사에게 계엄 관련 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김 차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계엄 직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계엄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설명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외교부가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대신 전달한 이 자료에서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 이유를 "헌법주의자이자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었다", "국가 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였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주장하는 김 차장과 골드버그 대사의 통화 내용과 상통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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