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내란사태'처럼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정치재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시스템의 항상성을 담보할 법적,제도적 장치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와 불법지시에 대한 불복종의무를 명시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림청장을 지낸 최병암 전 청장은 '산같고 나무같은 정부를 바라며'라는 칼럼을 통해 "이제는 기후재난 뿐 만 아니라 정치재난도 염려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됐는가?"라고 물으면서 이같은 제언을 했다.
최 전 청장은 "최근 광풍같이 몰아친 우리나라의 정치상황, 특히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일어난 비상계엄사태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급격한 기후재난과도 같은 정치권력의 불확실한 재난으로부터 어떻게 우리 국민의 평온한 삶을 지켜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빗댔다.
최 전 청장은 "불법적 계엄을 신속히 막아 낸 국회와 시민의 공조적 힘은 대단했지만 그러나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면서 이같은 제언을 시작한다.
그는 "정치영역에서 작용하는 힘(권력)은 분명 큰 에너지(대립돠는 여론)가 격돌하고 조정.화합하면서 국가전체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국가시스템의 최상위계층에 실재하는 힘"이라면서 "그런데 그 힘이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하위계층의 행정역역에서 작용하는 수단이 따라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치작용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내용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그것에 행정작용이 순응하는 경우일텐데, 그러나 최근의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계엄명령과 같은 정치작용에 대해 행정작용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물으면서, "복종의 의무가 명시적으로 규정된 공무원법과 항명죄가 명시된 군형법하에서 군.경,공무원은 비록 불법적 지시에 따를 의무가 없다는 것을 알지라도 상위계층의 의사결정을 즉각적으로 판단해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전 청장은 "하위직일수록 더 어려운 구조"라면서 "전직 행정공무원으로서 불법적 계엄을 거부하지 못한 일부 공무원들의 처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행정작용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영혼이 없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의사결정권한을 갖는 고위공무원들은 영혼의 등불을 켜고 상위의 의사결정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냉철히 판단해 부하직원들을 집단범죄의 사지로 내몰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위해서 "행정작용의 최소한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면서 "공무원의 복종의무와 똑같은 비중으로 불법적 명령에 대한 불복종의무도 공무원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적 보장과 함께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의 합법적 행정에 대한 의지와 각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이것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삶을 보호하는 요체"라고 강조했다.

최 전 청장은 "이번에 발생한 반 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정치재난을 일으킨 대통령을 비롯한 주범들은 마땅히 스스로 책임을 지고 속히 자리에서 물러나 응분의 처벌을 받을 것을 주문했다.
또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치재난으로부터 국가시스템의 항상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반드시 함께 숙고해야 한다"며 "그것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불법지시에 대한 불복종의무를 명시적으로 제도화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최병암 전 산림청장은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산림청 주요 요직을 거쳐 산림청 차장과 2021년 3월 산림청장으로 승진했으며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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