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내란사태' 때 부하들을 국회에 '계엄군'으로 출동시킨 일부 지휘관들이 국회 증언 과정에서 눈물을 훔치며 "부하들은 죄가 없다"고 변명했다.
물론 국회에서 이들의 양심고백은 '내란 우두머리'의 혐의를 더욱 명확하게 입증하는 단서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란시도가 실패로 끝나기 전,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가 가져오게 될 국가신인도 추락은 물론 국민들의 삶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쿠테타 성공 후 누릴 개인의 영달을 생각하기 전에 그 면전에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출동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에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무모하게 시도했던 '12.3내란'이 성공했다면 이들의 양심고백은 있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혁명의 절대적인 공신'으로 선정돼 샴페인을 터트리며 '전두환 반란' 때처럼 요직에 중용되는 시혜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영화 '6888중앙우편대대'가 최근 OTT에서 개봉됐고 그 큰 줄거리는 이렇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는데 그 이유는 본국에 있는 가족들과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비행기 격납고에 쌓여 있던 1700만 통의 우편물을 처리하기 위해 흑인여성 855명으로 편성된 최초의 여군부대가 우편물 처리를 위해 유럽전선에 배치된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직속 사령관은 온갖 방해 공작을 하게 되며 급기야 우편대대까지 찾아가 여성 지휘관의 책임을 물어 부대를 해체하려고 한다.
이에 우편대대 지휘를 맡은 여성지휘관은 사령관 면전에서 '죽어도 안 된다'고 말하고 부대를 지켜낸 것은 물론 1700만 통에 이르는 우편물을 90일 만에 분류해 배송하는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 영화를 보면 '12.3내란'에 동원됐던 군부대 지휘관들의 처신을 되짚어 보게 된다.
공조수사를 통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사전 모의 행각에서는 '우리 군이 과연 이렇게 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하는 한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일부 돼먹지 못한 몇몇 군 출신 민간인(OB)과 군 출신 장관의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농간에 넘어간(일부는 혹한)일부 지휘관들은 군인 본연의 사명을 잊고 이들의 '달콤한 유혹과 꾐'에 넘어 갔을 것이다.
우리는 '전두환 내란우두머리'를 도와 '군사 쿠테타'를 일으킨 후 그 쿠테타에 동조한 수많은 군인들이 누린 정치적 혜택과 엄청난 부를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한국 사회에서 히트한 영화 '서울의 봄'이 이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을까?
영화 '6888중앙우편대대'속의 여성 지휘관처럼 지금 이 시대에 우리도, 부당한 지시와 명령에 '죽어도 안된다'고 버티는 군인을 갖고 싶다. '김오랑 중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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