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특별한 관계가 없던 공무원이었다.
몇해 전 폭우로 개장을 앞둔 대천해수욕장에 떠밀려 왔던 수초문제를 취재하면서 만난 것이 전부였던 한 공무원이 공로연수를 떠나면서 사실상 퇴직을 하는 공무원의 뒷 이야기가 들려온다.
36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고마웠던 지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여정에 감사의 뜻을 전한 충남 보령시청 소속 백강호 대천 5동장이 그 주인공이다.
백 동장은 지난 20일 대천해수욕장 소재 고급호텔에 대천5동 직원과 통장 및 지역 주민 등 140여 명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많은 공직자들이 퇴직을 하면서 나름대로 마무리를 하는 시간과 공간을 갖지만, 백강호 동장의 이번 초청 오찬은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국가가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많은 공직자와 통장을 포함한 지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백 동장을 향해 “처음 발령을 내서 보낼 때에는 걱정도 했었는데 지금 들려오는 이야기는 소리 없이 너무나 일을 잘했다. 공무원은 처음과 끝이 같아야 하는데 일부 공직자는 현장에 보내 놓고 보니 일을 안하더라. 백 동장은 말없이 열심히 일해서 놀랐다”며 칭찬했다.
백 동장이 지난 2년 간 일했던 대천5동은 대천해수욕장이란 관광지, 다섯 개의 군부대 소재지로서의 군사적 요충지, 대천항의 어수선함, 생활쓰레기 매립장의 현실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동네로, 특히 공군 사격장 문제는 주민들의 마음을 갈랐으며, 그 해답을 찾는 현장은 지금도 해결 진행 중이다.
백 동장은 “힘든 동네였지만 경로당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을 만나고, 하찮은 것이 아닌 사소한 민원까지도 최선을 다해 해결해 준 것들이 마음으로 전달된 것 같다. 마음을 담고 최선을 다한 공직 생활이었다”며 여정을 뒤돌아 봤다.
백강호 동장의 근무태도는 직원들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 주무관은 솔선수범하는 동장이라고 표현한다. 토·일요일에도 동사무소에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직원들을 절대로 부르지 않고 혼자 해결한다고 말한다.
대천5동의 한 통장은 “주민들의 편에 서서 일하려 했던 공무원으로서의 귀감이 된 동장으로 기억 될 것”이라며 “솔직히 그냥 퇴임해도 되는데 지역 주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게 인사하고 떠나는 뒷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백강호 동장도 “선·후배 공직자와 많은 지인들, 사랑하는 가족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었기에 명예롭게 퇴직을 할 수 있다”면서 “믿고 대천5동을 맡겨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주신 김동일 시장님께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퇴직하는 공무원의 사회와 공조직에 대한 마무리는 자유다. 앞으로 식사대접이 퇴직 공무원의 지표로 삼으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것에 감사한 그 표현을 식사 대접으로 했다는 백 강호 동장의 마음이 전달되기에 훈훈하다.
출중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던 공직생활이었지만, 공동체 공조직을 사랑했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 명예롭게 퇴직하는 참으로 '존경받는 진정한 공무원 상(象)'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한다면 퇴직하는 백강호 동장에게 큰 선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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