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조동진 선관위 대변인은 2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담화에서 직접적으로 선거에 부정이 의심된다고 말씀하셔서 기관 입장에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혹스러운 심정을 표한 뒤,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담화에서 꺼낸 '부정선거 음모론'의 근거를 하나씩 쳐냈다.
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했더니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고 비밀번호도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한 데 대해 당시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 점검은 "집으로 비유하면 보안시스템도 꺼놓고, 현관 비밀번호도 알려주고, 설계도도 알려준 상태에서 모의시험한 것"이라며 "이런 걸 가지고 부실하다고 주장하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비밀번호 사용은 일부 보안상 미비점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 총선 실시 전 올해 초 국정원이 지적한 부분을 대부분 보완했고 국정원도 저희와 함께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어 국정원이 보안 점검을 하려 했는데 선관위가 거부하다 채용 비리가 불거지니 일부 점검에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단 대통령 말씀 중에 시기가 잘못된 것이 있다"며 "작년 하반기에는 이미 저희가 7~9월 국정원과 함께 보안 점검을 실시 중인 상태였고 10월에 결과 발표까지 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타 헌법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여러 차례 북한 해킹 공격으로 피해가 있었지만 선관위는 피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정원이 보안점검을 요청하고 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인 시기는 윤 대통령이 말한 '작년 하반기'가 아닌 지난해 5월이다.
그는 선관위가 국정원의 보안 점검 제안을 처음에 거부한 이유에 대해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보안 점검 필요성 논의가 있어 양 정당 참관을 전제로 중립성 논란을 해소한 상태에서 보안 점검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관련 회사가 선관위 서버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라시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한 데 대해서도 "국가계약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쳐 업체를 선정했다"며 "외부업체는 지원 역할만 할 뿐이고 시스템 운영은 저희 직원들이 다 직접 담당하고 있다. 외부업체는 서버 접근 권한도 없다"고 반박했다.
조 대변인은 "보수 유튜버에서 특히 요즘에는 부정선거를 많이 주장하고 있는데,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유튜버 시청자들이) 계속 비슷한 성향의 영상에 노출되다 보니까 확증편향 경향이 있어서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며 "선거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계엄 사태와 관련도 돼있고 엄중하게 보고 있어서 입법 미비에 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전날에도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반박했다.
선관위는 먼저 "투·개표소에는 약 34만 명의 투·개표 사무원 외에도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정한 투표 참관인 약 27만 명, 개표참관인 약 1만7000명이 참여한다. 특히, 개표 참관인은 모든 개표 과정을 감시, 촬영하고, 개표결과는 실시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며 모든 투·개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감시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선거인 또는 투·개표 사무원의 실수, 투·개표 장비의 사소한 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조작이나 부정선거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21대 총선에서 제기된 126건의 선거 소송 중 인용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선관위는 '선거관리 시스템이 개표 결과 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선거관리시스템은 개표소에서 개표한 결과를 선거일 투표·관내 및 관외사전투표·거소투표·재외투표·선상투표 단위로 보고받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및 방송사 등에 공개할 뿐 조작과 관련된 그 어떠한 프로그램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자 평균 사전투표 득표율이 민주당 63% 대 통합당 36%로 일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구 전체로 보면 253개 선거구 중에서 17개 선거구(6.7%)만이 63:36의 비율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 지역에서 두 정당의 득표율만을 비교한 수치로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전투표용지 위조 투입, 투표함 바꿔치기 등을 하려면 △통신망 및 시스템 보안정책의 적용 배제, △참관인의 참관이 불가능한 상태, △24시간 운영·공개하는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중지 등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모두 배제된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는 "불가능하다"고 선관위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선거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편적인 면만을 부각해 투·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부정선거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선거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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