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6일~7일 이틀간 열린 김지하 추모 1주기 행사 <김지하 추모 학술 심포지엄> 토론 자료를 정리해 김지하를 돌아 보는 책 <김지하를 다시 본다>(염무웅・이부영・유홍준・임진택 지음, 개마서원)가 나왔다.
김지하와 인연이 깊던 이들이 참여한 이 책은 민주화운동가이자 생명사상가, 문학가, 예술가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인 고인의 생전 모습을 재확인하고 그가 남긴 족적을 재정리했다.
1부에는 염무웅, 이부영, 유홍준, 임진택, 임동확, 김사인, 홍용희, 정지창, 채희완, 심광현 등 30여명이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생명사상'이라는 큰 주제아래 '김지하의 문학 예술과 미학'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 '민주화 운동과 김지하' '김지하의 생명사상과 생명운동'으로 나누어 발표한 개별 주제와 그에 관한 토론이 실렸다.
아울러 이를 정리한 내용과 종합토론 내용까지 단행본에 맞게 정리됐다.
'김지하가 남긴 글과 생각-생명의 길・개벽의 꿈'이라는 제목의 2부에는 김지하가 생전 남긴 수많은 글 중 엮은이들이 꼭 다시 읽어봐야 할 글로 채택한 글들이 실렸다.
암울한 시대에 수많은 젊은이를 위로하고 힘주었던 글 '양심선언', '나는 무죄이다', 로터스상 수상 연설인 '창조적 통일을 위하여',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등 현시대의 문제점들을 수십 년 앞서서 말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 '생명의 세계관 확립과 협동적 생존의 확장', '개벽과 생명운동', 김지하가 자신의 문학에 대해 쓴 '깊이 잠든 이끼의 샘', 김지하가 남긴 생명사상을 살필 수 있는 '생명평화선언', '화엄개벽의 모심' 등 8편의 글이 담겼다.
김지하 시인은 50년 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고(이는 1974년 11월 18일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결성된 직접적인 계기가 됨),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수호 투쟁 속에 연재된 글 '고행... 1974'가 문제가 돼 다시 감옥에 갇힌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 기간 그는 탁월한 문학적·예술적·미학적 성취를 이뤘다. 판소리, 탈춤 등 한국 민중예술이 민주화운동과 접목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화 후에는 가장 먼저 생명운동으로의 전환을 주창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고인을 두고 "젊은 시절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그는 '죽임' 앞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생명'이라는 깨달음에 다다랐고, '감옥 밖 감옥에서' 다시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세상'을 외치고 갈구하다 기진하여 스러졌다"며 "그가 치열한 구도와 수난의 과정에서 기필코 열어 보려 했던 그 '생명의 문'을 이제 우리가 열어내야만 한다"고 밝혔다.
임진택 창작판소리 명창(마당극 연출가)은 "김지하는 아마도 노래로 불려진 시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시인"이라며 "특히 연극 <금관의 예수>의 주제곡은 김지하 작사에 김민기가 곡을 붙여 만든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는 80년대와 90년대의 민주화운동 학생 세대들에게 가장 많이 불린 노래"라고 강조했다.
임 명창은 또 "김지하가 행한 문학예술미학적 활동 중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종목이 <마당극>"이라며 "전언에 의하면 1960년대 한일협상 반대 학생시위에 처음으로 '향토의식 초혼굿'이라는 문화적 양식을 도입한 이가 문리대 학생 김지하였고 운동가요가 없던 그 시절 <최루탄가>, <바람이 분다> 등 운동가요를 발굴한 학생이 바로 김지하였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기획한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는 시인의 동료·선후배들이 김지하 시인과 시인이 세상에 펼친 뜻, 그리고 사상을 잊지 않고 기리고자 만든 단체이다. 지난 2022년에 시인의 49재 추모문화행사와 2023년에 김지하추모학술심포지엄을 치른 바 있으며, 올해 추모문집 '김지하를 다시 본다'를 발간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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