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대 고급아파트 고층부 외벽 석재가 접착제로 시공돼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 측이 내년 1월 10일까지 입주하지 않으면 중도금 대출이자를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하면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17일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지난 7월 준공을 앞둔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외벽 석재를 8층까지는 철제 고정핀으로 설치했으나 9층부터 20층까지 접착제(에폭시)로 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구청은 지난 9월 이를 부실시공으로 판단하고 재시공 명령을 내렸으나, 이후 같은 달 열린 행정심판에서 지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는 특기시방서를 새로 작성해 타접착제(파라본드)로 보강공사를 했다.
구청은 보강공사가 완료된 지난 12월2일 사용승인을 완료했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안전성 우려와 비용절감 의혹을 제기하며 재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6일 광주시 주관 품질검수단 점검에서 66건의 하자가 발견됐다. 주차장 배수 불량 등 일부 큰 하자는 현장 조치를 통해 개보수 공사가 완료됐지만 실내 마감 부실·단차·미설치 등 여전히 하자 문제는 곳곳에 남아있다.
이처럼 하자 부분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시공사 측은 입주예정자들에게 내년 1월10일까지 입주하지 않으면 중도금 이자 대출을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하고, 하자 보수도 입주한 세대에만 진행한다고 밝혀 더욱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입주예정자 A씨는 "외벽도 문제지만 하자만 수십 건 발견된 아파트에 입주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입주하면 하자 보수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가 살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소송을 진행 중임에도 중도금 대출이자까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니 정말 죽을 맛"이라며 "평범한 직장인이 한 달에 550~6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법정 싸움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시공사는 이에 대한 해명 없이 "입주가 지연되면서 회사는 두 달째 직원들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압류까지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입주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악성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사용승인 이후에도 보강공사가 진행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서구청의 행정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11월 30일에 사용승인 요청이 왔지만 공사가 100% 완료되지 않아 승인처리를 보류했다"며 "주말 동안 공사가 완료됐다는 통보를 받고 현장에 나가 상주 감리자에게 확인한 후 12월 2일 사용승인을 내줬다"고 해명했다.
사용승인 이후 공사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 감리자에게 문의한 결과 특기시방서상 코킹(틈새 접합부 마감)이 수평으로만 시공되게 돼 있어, 수직 코킹 일부를 보완한 것이며 하자보수 개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5월 착공해 올해 12월 준공한 해당 아파는 지상 20층, 144세대 규모의 고급 아파트로, 분양가는 저층 기준 약 9억 2600만 원, 고층은 최대 10억 2300만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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