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북한과 긴장을 유발했던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 단체들에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통보를 받아 당일 오후 8시 30분 대통령실에 도착해서 10시 50분 경 나왔다"며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도착해서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통일부는 장관이 계엄을 언제 인지했냐는 의원실 질문에 국무회의 전까지 몰랐다고 답했다. 왜 거짓말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에 직접 갈 기회가 있어서" 국무회의 전에 비상계엄을 알게 됐다며, 처음 인지한 것이 언제냐는 조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실에) 도착해서"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 이후 귀가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그는 "장관은 계엄선포하고 잘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 것 아닌가? 외교부 장관은 바로 실국장회의 소집했는데 통일부는 북한 동향 어떻게 될지, 남북관계 어떻게 영향 미칠지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집에 갔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그날 통상적으로 통일부 하듯이 정보분석국은 북한 방송과 라디오 등을 청취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도 "적어도 그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그렇게 무모한 회의를 했으면 총리와 장관이 모여서 숙의하는 조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통일부 장관은 댁에 가서 뭐했나"라고 따졌고 김 장관은 "TV를 보면서 상황을 체크했다"고 답했다. 통일부는 이날 밤 어떠한 회의도 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계엄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 근거로 경제, 외교, 안보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다만 4일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는 참석 통지가 원활치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해 본인도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반대가 아닌 우려표명 수준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일 빨리 대통령실에 도착했는데 반대는 2명이라고 했다. 경제부총리와 외교부 장관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언제 반대했나"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회의실에 도착한 직후 총리가 계엄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에 가자고 했고, 제가 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한다고, 한미관계가 완전히 끝장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분명히 반대의사를 전했다"고 답했다.
한편 김 장관은 "대북전단 문제는 최근 정세 및 상황의 민감성과 우리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접근하겠다"며 "유관기관, 관련 단체, 접경지역 주민들과의 긴밀한 소통 등 상황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차원에서, 지난 12일 대북전단 민간단체들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북 전단 민간단체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며 사실상 살포 제지를 요청하는 듯한 메시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절대적 자유가 있는 행위인 것처럼 간주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통해 북한과 갈등을 유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헌법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말라고 한 지시를 받은 적이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통일부가 기존에 전단 문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대북 전단을 방치했는데 북한과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이제야 느끼는 거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전단 살포를) 방치하지 않았다. 상황 변화에 맞게 적절히 대응했다"고 답했다.
주로 전단을 공개적으로 살포하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게도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요청했다"며 "잘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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