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출신의 조선 후기 대표적인 호남실학자로 거론되는 여암 신경준의 역사관광 자원화를 위해서는 보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홍보에 나설 수 있도록 내부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순창군은 지난 12일 순창군립도서관 2층 다목적실에서 ‘순창사람 여암신경준, 역사문화유산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박명희 전남대학교 교수는 ‘여암 신경준 연구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신경준에 대한 연구성과를 취합한 결과 그 성과물을 보면 연구하는 데에만 급급해 대중과 가까이 생활속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지 않은 점을 반성해야 한다”면서 “그 연구 업적에 걸맞게 앞으로의 연구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또 “지난 1994년 이후 부정기적인 4차례의 학술대회를 정기적인 학술행사로 대체하고 연구 성과물을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정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여암학(旅庵學)’이라는 명명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여암 신경준을 주제로 한 연구 성과물은 확인된 것만 모두 97편으로 이번에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할 경우 100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해제가 1편이고 석사학위 논문이 7편, 박사학위 논문은 4편, 저서 7편, 논문 78편 등으로 나타났다.
주제별로는 1937년 위당 정인보가 발표한 ‘훈민정음 운해 해제’이후 2024년까지 87년 동안 △인물 등 기초연구 분야 7편 △국어학 분야 20편 △문학분야 20편 △글쓰기 분야 1편 △철학분야 12편 △지리학분야 23편 △과학분야 1편 △고문서 분야 1편 △풍수지리분야 1편 △군사분야 2편 △다른 실학자와 연계분야 4편 △번역분야 9편 △학제간 연구 1편 △통섭적 연구 1편 등이다.


‘여암 신경준 국토지리 인식과 풍수지리’에 대해 발표한 유기상 박사(전 고창군수)는 “신경준은 국토라는 개념을 최초로 인식하였고 국토와 해양을 포함하는 도로의 개념을 최초로 발견한 실학자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여암 신경준을 ‘한국 지리학의 아버지’로 불러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기상 박사는 이어 “신경준이 그린 지도는 훗날 김정호의 지도제작에도 영향을 주어 우리의 독특한 풍수적 국토지리 인식이 중국과 일본의 지도나 지리관에 비해 근본적인 차별성을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문화의 원류를 자부하는 전북과 여암선생을 보유한 순창군에서부터 ‘노력산맥’이라는 왜색짙은 이름을 걷너내고 ‘호남정맥’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여암 생가를 복원하고 ‘순원화훼잡설’의 정원, 비보연못의 삼신도 등을 복원 정비하면 족보 있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여암신경준 역사자원과 활용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선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은 “조선 후기 실학자의 틀에 갇혀 있는 여암 신경준 선생을 위대한 과학자로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해외의 갈릴레오나 메르카토르, 국내의 장영실이나 정약용 선생과 같은 과학자의 반열에 여암 신경준 선생을 올려 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황태규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로서의 신경준 기본 콘텐츠 개발 △신경준 과학유산 기념공간 개발 △관련 기념품 개발 △신경준 과학상 제정 및 시상 △과학자 신경준을 지역에 체화하는 방안 등에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경준을 기본으로 하는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지리학자, 교통공학자, 언어학자, 화훼전문가였던 그의 업적에 맞춰 다양한 연구서를 개발하고 ‘조선 최고의 과학자 신경준’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동화 등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고 과학유산공원에는 실내·외에 다양한 전시물와 조각작품, 동상, 산경표 지도, 한국형 정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황태규 교수는 이러한 콘텐츠를 개발해 가면서 지역주민→전문가그룹→학생 수학여행→일반관광객→외국인 등으로 그 대상을 넓혀가는 단계적 마케팅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선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은 “여암 선생이 정립한 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줄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순창을 드나드는 골목에 ‘순창은 산경표의 고향’이라는 표지판을 설치해 널리 알리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장근 로컬콘텐츠연구소 기획연구위원은 “다른 인물과의 차별성, 독창성 등을 바탕으로 한 ‘인물의 매력도’를 높이고 자연자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체험장, 테마파크, 갤러리, 박물관 등의 물적토대를 구축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순창 신경준 지도박물관’ 건립과 지도축제나 풍수지리축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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