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흘 만인 7일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핵심 메시지는 '법적‧정치적 정면 대응'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질의응답 없이 약 2분 가량 홀로 진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등 거친 언사로 매도했던 입장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음에도, 이를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 선포 의혹과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해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구금을 시도했다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증언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진행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를 의식해 내란죄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윤 대통령은 '탄핵 반대' 입장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여권 일각에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으로 거론되는 임기 단축 개헌에 힘을 실으며 국민의힘에 탄핵 저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방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기 단축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경우,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의 예외인 내란죄 수사를 받게 될 대통령의 임기가 지속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불가피해진다.
윤 대통령은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미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강변한 만큼, 계엄 선포 권한을 손에 쥔 윤 대통령의 임기 내내 국민적 우려가 잦아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에도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임기와 수습 방안'을 일임한 주체인 국민의힘은 사실상 여당 다수파인 친윤계를 지목한 것으로, 이들에게 자신의 구명을 호소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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