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뒤 사흘 째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6일 오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남을 갖고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탄핵소추안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곧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총회 참석 차 국회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야당이 스크럼을 짜고 저지에 나서는 등 국회에는 한때 극심한 혼란이 일었다.
국회 상황이 악화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 공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관한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국회 방문 계획을 유보해 달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면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분명치 않다. 다만 한 대표가 이날 오전 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를 지시했다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한 만큼, 윤 대통령의 거취와 일련의 계엄 조치들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 찬반론으로 갈라진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조속히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 입장을 내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지만, 윤 대통령의 침묵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 발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명령을 둘러싸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정보기관도 자중지란이다. 조 원장은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한 반면, 홍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라.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매 순간 소임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으나,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정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의 탄핵 대열 동참, 한덕수 총리의 소극적인 정국 수습 행보, 대통령실의 기능 마비가 맞물려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윤 대통령의 침묵 속에 '2차 계엄 선포설' 등 흉흉한 소문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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