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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입니까?" 물으면 "너희는 비용이다"는 말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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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입니까?" 물으면 "너희는 비용이다"는 말이 돌아온다

[윤석열은 틀렸다] ③ 12월 6일 교육공무직 총파업의 배경과 쟁점

철도, 교육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오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연이어 파업에 나선다. 해당 부문의 공공성과 안전을 위협하는 윤석열 정부의 인력감축, 시장주의 정책 등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에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비판을 담은 글을 싣는다. 편집자

사용자인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노동조합 연대체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간 임금교섭에서 나는 묻곤 했다. “교육공무직, 우리는 누구입니까?”, “역할은 어떻게 정의하고, 그 가치는 무엇입니까?” 수십 명이나 되는 사측 교섭단 중 그 누구도 답변하지 않는다.

사실 답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같은 질문을 진보든 보수든 교육감들에게 물어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여러분도 교직원이고, 모두 교육공동체의 가족입니다”라는, 그저 비정규직을 어르고 달래는 레퍼토리나 들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임금교섭을 하며 가장 답답하고 한계를 느끼는 대목이다.

나는 내심 ‘답변도 안 하는데 바랄 걸 바라야지, 사측과 토론해 봐야 소용없다’ 싶기도 하지만, 계속 물었다. 왜냐하면 학교와 교육공무직에 대한 바탕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일도 임금도 그저 되는대로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18만 명이나 되는 교육공무직의 정체성이나 비전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교육청들이라면 비전과 목표를 가진 인력운영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렇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은 총체적인 목표나 체계 없이, 상황에 따라 무작정 대출 땡기듯 교육공무직을 채용해 왔다. 그 결과, 교육공무직 직종이 많은 지역은 100여 개 직종에 달해 어떤 일을 하는 어떤 직종들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자연스레 임금 등 처우의 기준 또한 없다. 지역별로, 직종별로, 학교별로, 심지어 개인별로도 달라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파업에 대한 한국교총의 공격, 사용자보다 더하다

교육공무직이 안중에 없고 관심도 없으니 교섭은 늘 막힌다. 노조는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하고 싶어서 파업하는 노동자는 없다. 임금을 포기하고, 눈치도 봐야 하며, 직장생활이 피곤해지는 게 파업이다.

한국은 그런 사회다. 정부와 사용자, 관리자들은 노조가 습관적으로 파업하며 떼를 부린다고 왜곡하길 좋아한다. 심지어 관료집단인 한국교총은 교육공무직의 업무를 필수공익업무로 지정해 헌법적 권리인 파업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해도 너무하고 사용자보다 더하다.

필수공익업무라고? 교육공무직은 있으나 없으나 한, 책임감도 없는 보조라며 무시해 왔으면서 파업한다니 필수공익업무로 지정하라고? 필수적이고 공익적 업무라니, 얼핏 듣긴 좋은데 한국교총의 의도는 불순하다.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기 위한 억압적 의도가 빤하다. 더구나 처우를 교원이나 공무원처럼 대우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처럼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라니…. 앞뒤도 안 맞고 심보는 고약하다. 사회의 모범이어야 할 교육기관이 아닌가.

“우리는 누구인가?” vs “너희는 비용이다”

교원 및 공무원의 역할과 처우는 법으로 정해 규율한다. 반면 교육공무직은 그러한 법적 규정도 없이 운영하고 있는데, 유일한 법적 보호 수단인 노동법마저 제한해 적용하라니 기가 차다. 경기 등 일부 지역은 그나마 조례에서 교육공무직을 “소속 각급 교육기관에서 교육행정과 교육활동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로 정의한다.

일부 조례뿐이어서 그런 것인지 교육공무직 노동자가 18만 명 넘게 학교에서 일하는 걸 아는 학부모나 시민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거냐?”는 반문을 받기 일쑤며, “공무원의 일종이냐?”는 말도 듣는다. 특히나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라는 정의는 씁쓸하다. 마치 사과를 사과 고유의 성질과 맛으로 정의하지 않고, 사과를 배가 아닌 과일 정도로만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적자가 아닌 서자라는 차별로 읽힌다.

노동의 역할과 가치를 임금에 반영하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올해 2024년 임금교섭에서 노동조합은 교육공무직의 정체성과 노동의 가치를 다시 묻고자 했다. 그러나 사측의 교섭 태도는 절망적이다. 사측에 교육공무직은 공교육을 함께 이끌어갈 파트너가 아니라, 정책 도구이자 절감해야 할 비용일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청들에 교섭은 그저 비용과 숫자의 문제일 뿐, 교육공무직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를 바꿔보고자 노조는 2024년 임금교섭 요구안 전문에서 다음을 사측에 제시했다. “시대적 요구가 높은 교육복지와 학교공공성 발전에 기여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직무 가치를 존중하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나아간다.”

사측은 전면 거부했다. 사측은 “교육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고, 교육공무직의 기여를 인정하겠는데 임금인상에 반영할 순 없다”고 한다. 시쳇말로 말인지 방구인지, 대화를 해보자는 자세가 아니다. 노조가 “직원의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직무가치를 존중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적 비전도 제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사측 교섭단은 “우린 모르겠고, (노조가) 교육감하고나 할 이야기”라고 한다. “교섭대표 교육감 한 명이라도 교섭에 나오시라” 하면, 그건 또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교섭 회피도 계속돼 왔다. 그렇게 사측의 거부로 파업 전 2주 동안 그 어떤 교섭도 중단된 상태다.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교섭도 고구마처럼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31.2% 수준으로, OECD 평균(12.1%)과 비교할 때 2.6배에 달해 35개 OECD 회원국 중 1위다. 과거 전통적 가정에서 여성이 맡아왔던 일(급식, 돌봄, 상담, 청소 등)은 저임금 직업으로 묶여 저평가받아 왔다.

노조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교육청들은 교육공무직 내부 성별 임금 격차는 없다는 둥 동문서답을 강력하게 고수한다. 이렇듯 임금교섭의 의의를 높이고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방향성도 찾아보자고 해도 사측은 “왜 그래야 하냐!”, “노조만 유리한 거 아니냐!”는 식이다. 교섭의 의미부터가 전혀 소통되지 않는다. 그래서 노조는 12월 현재 수정안에선 관련 요구를 삭제해 노사의 수준 높은 합의는 미뤄둔 상태다.

임금교섭 주요 쟁점

그 외에 임금항목 각각에 대한 협상도 간극이 커서 쟁점이 수두룩하다. 물가 폭등과 실질임금 하락에 높은 금리는 매일 임금을 갈취해 간다. 임금 생활자 모두가 이전보다 가난해지는 시대, 비정규직의 삶은 더 전쟁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외침은 당연한 생존권적 항변이다.

기본급이 최저임금도 안 되는 현실, 저임금 구조의 시작이다. 이런 현실이야말로, 청년의 절망이고 노인 빈곤의 원인이며, 어쩌면 양극화와 저출생 사회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부는 하위직 공무원의 임금을 상대적으로 더 높게 6%까지 인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사측은 더 낮은 교육공무직의 임금총액을 3% 인상 수준에서 눌러두려 한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는 복리후생에서 격차는 곧 차별이라고 밝혀왔지만, 나이가 많다고, 청소일 한다고 상여금은 절반만 주고 명절휴가비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깎는다. 기본급이 218만 원이 넘는 직종은 기본급 인상을 동결하기도 하고, 무기계약직이 아닌 고용불안도 서러운데, 다 받는 근속수당을 못 받는 직종도 있다. 이번 교섭에선 이러한 기본급, 근속수당, 복리후생 항목이 모든 직종에 공통적인 큰 쟁점이다.

그 외 이슈로는 현재 경기와 서울 지역에서 심각한 급식실 결원사태가 있다.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산재 위험으로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측은 대책을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달랑 월 1만 원 수당 인상안을 들고나와 급식실 노동자들의 고통을 조롱했다.

학교 무상급식의 근간이 흔들린다. 그런데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폐질환 예방 예산을 삭감하고, 월 1만 원 처우개선으로 때우겠다는 교육청들의 무책임 또한 또 다른 파업의 이유다. 여기에 초등돌봄은 늘봄학교 정책으로 인해 그 위상이 축소되고, 돌봄교실 정원 폐지와 민원대응 등으로 업무가 늘 수 있어 파업의 기세가 커지고 있다.

학교공공성 발전 과정으로서 총파업

오는 6일 교육공무직 총파업은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 투쟁에 그치지 않고, 학교공공성을 강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교육공무직이 수행하는 교육복지를 강화하고, 직무 의욕도 고취하는 교섭이 돼야 한다. 학교는 교과목 학습만이 아니라, 학생의 생활, 신체, 관계, 정서 등 전반적 성장을 지원하는 공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에 기여하는 학교비정규직에게 차별 없는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 파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부탁드린다.

▲공공운수노조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파업-공동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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