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한 지역의 유통과 소비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지수이다.
올 3분기(6~9월) 중 전북의 '소매판매액지수'는 98.0으로 전국 평균(100.7)과 비교할 때 2%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었다.
전북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98.0이라는 말은 기준연도(2020년)에 비해 소매판매가 2.0의 지수만큼 위축됐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엄습한 때가 2020년 초이니 당시보다 전북의 소매판매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충남의 '소매판매액지수'는 101.5를 기록했다. 부산(108.2)과 강원(106.2) 등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충남은 6위에 랭크됐다.
2021년 4분기 이후 분기별로 전북과 충남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을 따져보니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니 올 들어서는 전북이 크게 밀렸다.
소매판매는 일종의 골목상권의 경기를 가늠할 직접적인 잣대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북과 충남의 최근 격차는 향후 균형발전을 위해 어느 지역에 더 많이 배려해야 할 것인지 말해준다는 지적이다.
전북의 최대 규모 사회단체인 (사)전북애향본부의 윤석정 총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가 바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자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시대는 지역 간 균형발전이 핵심이다. 분권과 분산은 지방시대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그래서 영호남 5개 시도지사와 시장들이 국토균형발전과 교통환경, 영호남 교류 활성화를 위해 남원에 '제2중앙경찰학교'를 설립해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상공업계의 최대 단체인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김정태 회장도 "헌법에 명시된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은 정부의 소명"이라며 "민선 8기 이후 전북에 희망의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낙후와 소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2중경'은 반드시 남원에 설립돼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상공업계의 소득의 불균형을 조금씩 바로잡아가기 위해서라도 국가교육기관을 어느 곳에 세울 것인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지난해에 발표된 국세청의 '국세통계포털'의 연말정산 현황 기준 '거주지 소득 비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근로자들의 평균 소득은 4045만원이었다.
반면에 전북 남원시는 대규모 국공립 기관과 대학들이 거의 없어 지역의 자생적 발전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남원시 거주지의 1인당 근로소득은 3176만 원으로 전국 229개 기초단체 중 204위에 간신히 명함을 내밀고 있었다.
충남 아산시의 1인당 소득은 4349만원으로 전국 32위, 충남 예산군은 3279만원으로 168위 등에 랭크됐다.
한두 개의 지표가 전부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전북은 17개 시·도 중에서도 후진지역에 속하는 '절대낙후지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국가의 지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같은 법 제123조는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기홍 서울과기대 교수(행정학과)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이는 국가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제2중앙경찰학교와 같은 국가기관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신설하는 것이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헌법만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10일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의 제1조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과 지방자치분권을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을 추진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강기홍 교수는 "헌법과 관련법령, 지방시대라는 현 정부의 국정취지를 고려할 때 '제2중앙경찰학교'의 남원시 유치는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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