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지구 주민들 고통 호소, LH·국가철도공단은 “나몰라라”

지난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경춘북로·경춘선으로 인한 구리갈매지구 입주민 소음피해 해결된다 - 도로·철도 접한 연장 3km 구간 방음시설 설치키로’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경춘북로 도로와 경춘선 철도에서 발생하는 교통소음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구리갈매지구 입주민들의 고충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권익위가 민원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자랑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진행되지 않았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8일, LH 갈매지구 현장사무소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소집‧진행한 점검회의에서 드러났다.

▲LH 갈매지구 현장사무소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소집‧진행한 점검회의 현장.ⓒ김용현의원실

이날 회의에는 권익위, LH, 국가철도공단, 구리시와 함께 갈매신도시연합회(회장, 이상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권익위는 지난 2019년 5월 조정 합의한 LH가 구리시 갈매지구 소음저감 대책 이행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공사가 무작정 지연되고 있다는 민원에 대해 언급하며 조정서 작성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현재 진행 상황과 공사 지연 사유를 물었다.

이에 LH 측은 ▲한국전력공사의 전주 이설 지연 ▲시공사의 능력 부족 ▲일부 어려운 공사 구간의 난이도 문제를 지연 사유로 답변했으며 국가철도공단 측은 ▲지난해 1월 LH에서 관련 요청 공문을 송부했으나 내부에서 보고가 누락된 점 ▲LH가 정식 요청과 방음벽 설계 등 관련 행정절차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점 ▲국토교통부 시설물 기부채납 행정절차가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아직 시작도 못했다”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답변을 내놓으며 이제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문제의 시작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난 2016년으로 돌아가 사안을 살펴야 한다. 구리시 갈매지구와 갈매역세권 개발사업은 갈매역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의 주택개발 정책으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문제는 경춘북로 도로와 경춘선 철도에서 발생하는 교통소음이었다. 2016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주민들은 인근 도로와 철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소음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2018년 11월,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이후 수차례 관계기관과 실무협의 및 현장조사 등을 거쳐 최종 조정 중재안을 만들어 지난 2019년 5월 7일, 갈매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현장 조정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구리갈매지구 총연합회장 등 6개단지 공동·단독주택 입주자대표회장들과 LH 서울지역본부장, 구리시장,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권익위의 조정 내용은 LH가 ▲경춘북로 도로 인근 공동주택 연장 1.3km 구간에 높이 18m의 굽은형 방음벽을, 단독주택 구간은 높이 2.5m∼8.0m의 방음벽을 설치하고, ▲구리갈매지구와 접하는 경춘북로 도로 연장 3km 구간에 소음저감효과가 우수한 저소음포장재를 설치하는 것이었으며 LH는 이에 합의했다.

또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경춘선 철도 연장 75m 구간에 높이 4.5m의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했고, LH와 구리시는 경기도 방음벽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음벽 소재와 재질을 선정하고 구리시 공공디지인진흥위원회에 상정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LH 측은 해당 공사를 2024년 11월 준공으로 안내하고 있다.ⓒ김용현의원실

이러한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2019년 당시 조정회의에 민원 신청인으로 참여했던 김용현 구리시의원은 “지금에 와서 LH와 철도공단 간의 업무적 절차를 따지는 것도, 시공사 능력을 탓하는 것도, 이를 주민들에게 공사 지연 사유라 설명하는 것도 모두 심한 분노를 느낀다”라며 “조정 합의 당시 LH가 먼저 이행 기간을 36개월로 제시했고 주민들은 그 기간을 조정서에 삽입하려 했으나 LH가 신속한 이행을 약속했기에 이를 삽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기 힘들어졌으며 더욱이 공사로 인해 기존 방음벽이 철거된 후 주민들은 2년째 더 극심한 소음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괴로워하고 있다. 이는 누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인가?”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또 갈매신도시연합회 측은 “공사 지연 사유에 시공사 능력을 운운하는 건 핑계일 뿐이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배수성 저소음 포장부터 시행하라”고 주장하며 권익위에 신속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권익위 이명호 조사관은 “당시 충분한 회의와 조율 과정을 통해 조정서가 작성되었으므로 피신청인들이 주장하는 공사 지연 사유로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LH의 설명을 일축하며 ▲포스코 더샵부터 갈매역 사거리 구간(1~3공구)은 2024년 말까지 선 시행 ▲모든 공사 일체(4~5공구 및 육교 등) 준공은 2025년 말 ▲배수성 저소음 포장은 일부 구간 2025년 4월, 전체는 2025년 말 ▲철도 방음벽 설치는 행정절차 이행 후 설치 일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미진한 공사에 대해 확약하는 내용을 담아 재조정서를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