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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을 다시 시작하자

[기고] 교육혁신, 고교와 대학교육개혁 함께 추진해

35년 넘게 강단에 서다 보니 한국 대학생들은 질문과 토론을 참 못한다. AI시대를 맞아 이젠 기능중심에서 벗어나 창의적 역량(competency) 중심의 학력관, 공감 능력과 실천성 함양 등 융합과 통섭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특목고와 좋은 대학에 가려면 답이 하나 뿐인 오지선다형 방식에 맞춰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오로지 줄세우기 위한 암기와 요령위주의 무한 경쟁교육 속에서 허우적대다 인성까지 망가져 학교가 젊은이 들이 극우화되는 토양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대학에 가서는 번아웃되어 더 이상 공부에 열의를 보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창의성은 물론 민주화 시민 역량도 역행을 거듭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4.19때처럼 앞장서는 젊은이들의 참여가 크게 떨어진다. 젊은이들을 창의적이고 정의로운 사회의 일꾼으로 키워내도록 하루속히 혁신교육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의 대법원 유죄 판결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다시 치러지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각종 학종 부정과 체험 사고로 혁신교육은 뒷전에 밀렸고 다시 암기와 요령이 판치는 입시학원 위주의 수능교육 중심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입시 경쟁이 심화되면서 스트레스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다. 요즘 떠도는 말로 문1, 이1 등급 출신들 대결로 벌어지는 의료대란을 보면서 경쟁과 이기심만을 키우는 현 교육지형을 바꾸지 않으면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 지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고교생들은 보통 하루 너댓 시간 밖에 못 자고 밤 늦게까지 여러 학원을 돌면서 수능을 준비하는데 최근 강남 학원가에선 아예 초등생 때부터 의대반을 만들어 국영수 과외를 시작한다고 한다. 창의성 함양을 위해 자연 속에서 한참 뛰어 놀아야 할 나이의 초등생들에게 오징어게임 지옥이 따로 없는 것이다. 이런 한국과는 달리 오래 전 독일 유학시 본 독일 아이들의 학창생활은 정말 부러웠다. 한국같은 과외공부나 입시학원은 아예 없었고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할 시기인 고2를 마치고 나면 1년 동안은 학교수업을 멈추고 기업을 두세 곳을 선택해 직업 체험교육을 떠난다. 대학 지망생들은 원하는 대학 연구실에서 연구에 참여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연중 세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독일은 이미 초등학교 때 학종을 엄격하게 만들어 아이들 적성이나 취향에 따라 중학과정부터 직업학교와 인문계로 나뉘어 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고교졸업생의 30% 정도만 대학을 지원해 학문의 길로 들어선다. 또한 재수를 하면 가점을 주므로 중상 정도만 되어도 2~3번 정도 지원하면 의대에 합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과는 달리 독일 대학은 학비가 없지만 성적관리가 엄격해 졸업하기가 매우 힘들다. 베를린 공대 유학시절 학점을 받으려면 먼저 6개월 이상의 산업체 인턴 경력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교수와 1대1로 치르는 시험은 조교도 참관인으로 와서 사인을 해야 할 정도로 엄격하다. 내가 치른 유체역학과목의 경우 2년 동안 강의를 들어야 하는 20여 챕터 중 하나를 제비뽑아 필기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자신이 선택한 챕터를 20분간 발표한 뒤 질문에 응해야 한다. 여기서 통과하면 1시간 동안 전체 챕터를 대상으로 교수의 구두시험 질문이 쏟아진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시간만 끌어 대부분 너댓학기 이상 졸업이 지연된다. 반면, 한국은 등록금 잘 내고 학기만 채우면 학점 못 받아 졸업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교육혁신을 제대로 하려면 고교와 대학교육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구더기가 무서워 된장을 담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안전관리가 어려워 체험을 못하고 학종부정 때문에 교육혁신이 정지되어선 안 된다. 부모찬스로 저질러지는 각종 학종 부정을 없애기 위한 장치도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해 견고히 만들어 나가면 된다. 더구나 역사와 윤리 퇴행적 뉴라이트 역사관의 침투를 막고 우리의 젊은이 들이 극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교육혁신을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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