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지리산포럼의 한 프로그램으로 "지리산에서 듣는 6411 목소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단에 선 여성 마루노동자는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을 사진으로 공유했다. 고층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생리현상을 어찌할 수 없어 벌여놓은 배변 사진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루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공정을 시작하기 전에 그 상황부터 처리해야 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필자는 이 노동현장 모습에서 씁쓸함과 동시에 여성 노동자로서 그녀의 또 다른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 마루노동자들에게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이 남성 마루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앞 공정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좋은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일임을 새삼스럽게 상기하게 되었다.
여성노동자 차별 해소가 모든 노동자 차별 해소의 시작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은 "남성들 사이에서 소득 불평등이 큰 직종은 성별 소득 격차도 크다."고 설명했었다.(클라우디아 골딘, 2021, 커리어 그리고 가정, 생각의힘)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임금과 노동조건 차별을 없애는 일이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일의 시작이다. 우리는 이미 노동시장이 '고임금 정규직과 저임금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분절화 되어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이 그러한 노동시장 구조에서 더 많은 차별을 다양한 차원에서 겪으며 절대적, 상대적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음을 직관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 구조를 개혁해 노동시장의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동시장의 성평등 실현'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경제구조와 세대 의식이 복잡다단해진 현실에서 어떤 관점과 정책으로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이다.
여전히 큰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 격차
우선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도에 전체 남성 노동자 중 월 임금총액 220만원 미만 남성 노동자 비중은 9.8%였다. 반면에 전체 여성 임금노동자 중 29.1%가 월 임금총액 220만원 미만이었다. 또한, 월 임금총액 600만원 이상 남성 노동자는 전체 남성 노동자의 24.7%인 반면 전체 여성 노동자의 8.9%만이 월 임금총액 600만원 이상이었다. 남성노동자들은 고임금 구간에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 구간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아래 <그림1> 참조)
또한, 여전히 같은 직종 및 같은 연령대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 직종 평균 남성 대비 여성의 월 임금 총액 비율은 66.4% 이다. 이를 직종별로 살펴보면 관리자 80.8%,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64.2%, 사무종사자 69.2%, 서비스 종사자 60.3%, 판매 종사자 61.0%,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75.3%,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63.3%,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79.8%, 단순노무 종사자 78.1%이다. 그리고 관리자 직종을 제외한 모든 직종에서 20대 이후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까지 남성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이 낮아졌으며, 단순노무 종사자 직종을 제외하고 모든 직종에서 40대 후반~50대에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2> 참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좋은 여성 일자리는 불가능한가?
한편, 소위 첨단산업 고위직 임원이 된 여성의 생애 노동과정 한 단면을 살펴보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반도체 회사의 개발직 이사까지 된 어느 여성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임신과 출산기에도 새벽까지 일했다고 한다.(신경아, 2017, "ICT산업과 여성",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ICT산업의 진화, 한울) 이러한 여성 노동자의 절박한 노동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클라우디아 골딘은 이를 좀 더 분석적으로 설명한다. 그녀의 분석에 따르면 "(성별 소득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MBA 취득자들 사이의 주된 성별 소득 격차 요인은 경력 단절과 주당 노동시간 차이"이며 "여성 MBA가 남성에 비해 경력의 중단이 길고 주당 노동 시간이 적은 주된 이유는 출산과 그 뒤에 이어지는 육아 부담"이다. 그리고 결국 "남성 대비 여성 MBA의 상대소득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이유는 ... 고임금을 주는 기업과 금융 분야의 일자리가 아주 짧은 기간의 경력 단절이 있는 사람이나 아주 약간 적은 주당 노동 시간으로 일하려는 사람에게 매우 큰 불이익을 주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클라우디아 골딘, 2021, 커리어 그리고 가정, 생각의힘) 위에서 소개한 반도체 회사의 개발직 여성 이사 자신은 출산과 육아부담이 가져오는 '경력단절'과 '노동시간 감소' 장벽을 치열하게 잘 넘겼다고도 볼 수 있지만, 노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 모든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부담이 가져오는 '경력단절'과 '노동시간 감소'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 현실에 그렇게 절박하게 순응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보다 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좋은 여성 일자리는 불가능한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노회찬재단은 이렇게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좋은 여성 일자리 확대가 필요한 현실에서 그 해법을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자 "노동시장의 성평등 과제"를 주제로 지난 9월 30일 제6회 <함께맞는비 포럼>을 개최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 이날 토론의 발표는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고, 지정토론은 권현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맡았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 복잡한 요인 고려하고 신중하고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이날 발표를 맡은 윤자영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조건 속에서 단순히 노동시장 참여만으로 성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임금 노동이 여성 복지와 권리 향상의 조건이 될 수 있을지는 일자리 접근성 개선, 경제 체제, 조직 시스템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성의 '이중부담' 해소와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 차별'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접근이 요구된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윤자영 교수는 "한국의 성별 고용률 격차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20년 사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감소 연령그룹이 30대 후반~40대로 이동했지만 그 양상(M자 곡선)은 여전하고 OECD국가들과의 비교에서도 뚜렷하다. 그리고 2023.8월 기준 여성 정규직 비중은 20년 전 60.5%에서 더 떨어져 54.5%이다. 같은 기간 남성 정규직 비중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2023.8월 기준으로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10~20대와 60세 이상에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자영 교수는 "국내에서 월 임금, 시간당 임금의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임금을 초과급여와 특별급여 격차는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일부 국가에서 성별 임금격차 감소세가 둔화되거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노동시장에서 성평등 진전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 "성별 임금격차 감소는 경기침제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전반적인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남성 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아 성별 임금격차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하면 성별 임금격차 문제에 대해 더욱 신중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무 등 동일한 경우에만 성별 임금차별 판단 가능 주장은 평등 정책 기반을 약화시켜
이러한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와 관련해서 윤자영 교수는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의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경력단절로 1) 노동자의 구성변화 2) 남녀 근로자 임금격차 3) 소득상실과 연금 격차와 같은 여성의 불이익 등 복합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돌봄 노동과 노동시장 성과 간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직무나 자격이 동일한 경우에만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별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직무나 자격의 차이도 '차별'의 결과라는 점에서 평등 정책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구체적으로 "가족 내 성별분업은 성별 임금격차로 이어진다. 즉,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편리한 일(출퇴근시간이 짧거나 근로시간이 유연한 일)을 선택한 결과 여성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면서도 "(여성) 개인은 제한된 행위자로 의사결정을 할 뿐 그러한 선택을 하게 하는 사회적 제약구조가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과제와 우리의 과제
끝으로 윤자영 교수는 성차별과 성별 임금격차 완화 정책으로 △기회균등정책(▪적극적 조치 ▪성별근로공시제) △임금 형평성 제고(▪동일가치 동일임금 ▪임금투명성 강화) △노동기본권(▪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최저임금 ▪대표성과 협상력 강화) △근로시간정책 △돌봄경제(▪육아휴직/돌봄 지원 ▪거시경제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제안했다. 그리고 ILO가 제안한 돌봄경제 정책 5R 프레임워크를 통해 우리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인정(Recognize) : 무급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해서 돌봄노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정책을 입안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감소(Reduce) : 무급 돌봄 노동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기술과 제도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제도는 고용안정이 보장된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되어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저소득가구와 고소득가구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고, 돌봄분야 기술은 경제력에 따른 기술접근성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 재분배(Redistribute) : 돌봄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리핀 가사노동자와 같이 해외인력을 돌봄시장에 투입하는 해결책은 위기를 지연시킬 뿐이다. 해외로부터 돌봄노동자를 유입시키는 것은 돌봄을 조직하고 공급하는 자생적인 공동체의 생성과 발전을 가로막는다. 돌봄노동의가치가 하락하는 한, 저임금 일자리를 회피하려는 동기는 커져가고 사회구성원들간의 공평한 돌봄분배는 어려워질 것이다.
△ 보상(Reward) : 돌봄의 가치가 과소평가되므로 돌봄노동에 대한 응당한 보상은 이루어질 수 없다. 단기적인 투입 대비 산출 관점에서 측정하는 일반적인 '생산성'개념으로 돌봄노동의 보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 대표성(Represent) : 돌봄노동자들은 대표성 확보에 있어서 여성지배 직종, 재가노동, 공공부문 일자리등 여러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구성을 시도한'사회적돌봄의제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대화 창구 마련과 참여가 필요하다.
일-가족 양립의 계층 격차가 저소득 여성의 경제적 기회와 생애소득에 악영향
이날 포럼의 첫 번째 지정토론자인 권현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발표자의 분석과 과제 도출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세 가지 쟁점을 강조했다. 첫 번째 쟁점으로, "젠더 임금 격차는 지난 10-20년간 꾸준히 완화되어 왔지만 격차완화를 주도한 부분은 주로 정규직이었다."며 "정규직 중 어느 정도 제도의 영역 내에 놓여 있는 기간제의 경우 남성 정규직과 격차를 다소 줄여 왔지만, 비전형노동자와 최근 크게 증가한 시간제의 경우 지난 10여년 간 남성 정규직과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가족 양립의 계층 격차 및 계층화된 일가족 양립 정책이 다시 저소득 여성의 경제적 기회와 생애소득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의 단절이 중요한 문제"이며, 따라서 "노동시장 성평등과 가족 내 돌봄의 성평등을 연결시키고 계층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과 그러한 정책들을 개발할 수 있는 근거 지식들이 더 많이 축적되어야 하고, 이때 여성 내 이질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평균을 대표 모수로 삼는 연구와 정책보다 노동시장 위치의 실제 맥락이 반영된 연구 및 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고용정책의 연령대별 세부적 구축 및 종합적인 정책설계 필요
권현지 교수는 두 번째 쟁점으로 "소득노동의 의무가 여성을 포함한 전체 노동력에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 덧붙여 청년층을 중심으로 능력주의 담론 역시 빠르게 수용/체화되면서 구조화된 젠더 격차보다는 인적자본에 기반 한 차이가 격차를 설명한다는 논리가 우위를 점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고용 정책 역시 '30대까지 여성'의 직장 내 젠더평등을 정착시킬 수 있는 실질적 방안과, '40대 여성'의 경력 일시 단절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50-60대 돌봄 부문의 여성 게토화에 대한 정책 방안이 세대 간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 시각에서 세부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세 번째 쟁점으로 권현지 교수는 "여성 게토화가 진행된 돌봄부문 노동과 콜센터 부문 등의 직무가치 복원 및 임금연계가 중요한 과제이고", "ICT분야 등 강력한 남성 중심 메리토크라시에 대한 믿음과 (유연한) 장시간 노동 문화가 여성의 접근성을 낮추고 있는 분야에 대해 노동시장 이전 단계에서부터 조직문화, 유연 근로시간 레짐의 재구축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 돌봄노동, '저임금의 시간제 호출노동'으로 운영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먼저 "인정, 감소, 재분배, 보상, 대표성으로 세분화된 ILO의 돌봄경제정책 5R 프레임워크 제안에 비추어 볼 때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한국의 돌봄노동은 국가가 그 임금을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를 통해 '저임금의 시간제 호출노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사노동자는 사회보험 일부 적용 방안 등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이러한 논의에서조차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다. 정부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기는커녕 더욱 심각한 저평가를 통해 돌봄노동의 임금을 저하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와 같은 장시간 노동 구조 아래서 돌봄노동은 성차별을 조장하는 근본적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표준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전체적인 노동시간을 줄여 모두가 노동자-돌봄자-시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돌봄의 대부분이 민영화된 현실에서 업체 간 경쟁의 심화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구조로 작동하고 있으며, 또한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결정하는 장기요양위원회의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본 위원회에 노동자들의 참여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의 9가지 문제점
한편, 배진경 대표는 최근 현안이 되어 있는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사업'에 대해 "돌봄노동 저평가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이라며 다음과 같이 9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를 싼 값에 부릴 수 있다는 프레임은 인종, 국적 차별 △사업장 변경이 허가되지 않는 E-9비자는 강제노동을 야기 △돌봄 공공성 해체와 돌봄 양극화를 가져올 것 △전문화된 가사돌봄 노동을 위협함과 동시에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불러올 것 △가사·노돌봄노동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할 정부의 책임 방기 △노동시간 단축, 일·생활균형 제도의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한 정책 △저출생 문제를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로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고압적으로 밀실 진행하는 정책 △이주 여성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확대하고 사회갈등을 확산하는 정책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
끝으로 배진경 대표는 "역사적, 구조적 차별을 받아온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켜 평등한 사회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본래적 의미를 고려할 때, 피해자들의 행위나 활동이 사회 상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것이 아닌 한, 페미니즘과 관련한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괴롭힘 및 혐오 대상이 되고 다수의 집단행동에 의해 사실상 직업 수행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므로 법령, 제도,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소개한 뒤 "일부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시작된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을 게임업체들이 수용하면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업주의 의무를 내팽개쳤다. 특히 프리랜서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공격이 집중되면서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에서도 제외된 상태에서 일감을 빼앗기고 생계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번 제6회 <함께맞는비 포럼>은 노동시장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관점과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정책과제를 도출하고자 했다. 이날 포럼을 통해서 돌봄 노동이 주로 여성들이 일하는 노동의 한 분야를 넘어서는 노동이고, 한 사회의 사회적인 것(사회적 가치, 평등과 인권, 생산)을 떠받치는 일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자본주의적 경제활동 가운데 과학기술 발전, 노동자들의 세대별 인식 변화 등 노동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노동시장의 성평등 정책이 마련될 필요성도 확인되었다. 특히, "성차별과 연령차별이 겹치는 영역이 바로 돌봄"(우에노 지즈코, 2024, 돌봄의 사회학, 오월의봄)이라는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 그 시작이어야 하겠다. 그렇게 해야 한국사회가 갈수록 무겁게 짊어질 수밖에 없는 돌봄의 부담 그 자체를 가볍게 하면서 인간적이고 평등한 경제활동 사회로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마음으로 소통하고 연대하여 자본과 권력에 불복종함과 동시에 인간의 길, 생명의 길이라는 대안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길"(강수돌·홀거 하이데, 2009,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 이후)을 가야한다. 이것이 우리가 선택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
* 노회찬재단이 주최하는 <함께맞는비 포럼>은 분야별 사회경제 이슈 및 시민들 삶의 실태에 대해 진보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공론화함으로써 회원 및 시민들과 사회현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회운동 주체들과 노회찬재단이 교류 및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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