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부자 감세' 정책으로 세수 기반이 훼손됐고 30조원 규모의 세수 부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투자와 고용을 대기업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이 대기업에 많이 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상위 1% 거대 자산가에게 혜택을 집중시킨 감세 정책'이라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를 추진했다고 주장을 하시지만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예를 들어 법인세의 경우 결론적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한테도 많은 혜택이 갔다"며 "물론 그분들이 내는 세금 자체가 대기업보다는 적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와 고용을 대기업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세제 혜택이 많이 간 것은 맞지만 대기업 자체가 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감세정책을 편 이유에 대해서도 "경제 활성화와 경제 촉진을 위한 감세를 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것은 제가 부자감세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동의할 수가 없다"며 거듭 주장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을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도 도마에 올랐다. 기재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로는 '과세표준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인 2302명이 1조8297억 원의 감세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측됐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상속세 인하를 지적하며 "기재부는 부의 불평등 중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는 조세제도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 재벌들 승계해주는 데 도움을 못 줘서 안달난 것 처럼 보인다"고 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도 "실제로는 서민에 대한 감세를 중심으로 간 게 아니라 초부자와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상속세를 중심으로 감세를 진행하면서 재정건전성이라는 정책적 목표도 붕괴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25년 동안 고치지 않은 법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활동의 변화에 따라서 낡은 세제를 합리화하자는 차원"이라며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지 않았겠나. 그 변화에 맞춰서 한번 다시 디자인을 바꿔 보자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의 대물림이나 공정하지 못한 어떤 부분에 대한 것이 지금은 필요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좋지만 저희가 추구해야 될 또 다른 부분들에 대한 어떤 가치가 커졌기 때문에 같이 균형 잡힌 사고를 해 보자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종합부동산세의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입장은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면서 "(종부세 개편 추진을 결정하는데) 지방 재정과의 관계, 재산세와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금리 인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세수 결손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정부의 조세 정책이 '부자 감세'로 방향이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김영진 의원은 "정책의 선택과 판단은 시기와 때에 따라서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 경제가 경제 침체 공포 등 여러가지가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를 통해 경제 활성화 그리고 정책적 수단을 없애는 형태의 조세 정책으로 감세가 나왔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오기형 의원도 "상속·증여세의 감세 포인트가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국민이 보면 웃을 일"이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민원창구, 재벌의 민원창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같은당 정일영 의원도 "향후 5년간 상위 2%한테 혜택의 95%가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총상속 발생 인원의 0.03%, 100명총 상속세액의 6.60%, 상위 2%에 해당하는 7180명 총 상속세액의 95%를 부담하기 때문에 이것을 줄여주는 것은 결국 부자감세"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민간소비의 저성장 흐름을 지적하며 "감세로 인한 내수 촉진 효과는 발생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이렇듯 감세 정책은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지 못하고 세수 기반만 훼손하고 있다. 이 정책의 존치 여부에 대해 판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당은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지적에 맞서 경기 불황으로 세수 추계가 어려울 뿐 아니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은 "경제 정책 실패와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은 난센스"라며 "올해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할당 관세,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한 유류세 인하 등 금액이 6조 원 이렇게 차이 난 것이다. 이 부분은 부자감세라기보다는 오히려 서민들의 민생을 위한 감세"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동료 의원들이 걱정하는 부자 감세는 존재하지도 않지만, 세수 결손은 그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국민 소득과 이를 만들어 내는 산업구조에서 나오는 세원이 구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고세율 인하 등 상속세 개편에 대한 필요를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상속세와 관련해서 1997년에 과세 기준이 정해지고 27년간 바뀌지 않았다"며 "OECD 국가들이 지금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또 완화하는 추세며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글로벌 추세는 맞춰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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