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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강행한 정부, '포괄적 임출육 지원책' 시행해보긴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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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강행한 정부, '포괄적 임출육 지원책' 시행해보긴 했나?

[보호출산제로 보호받는 고통⑦] 부모·아동 분리 이전에 상담·지원에 힘써야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있는 보호출산제는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혹자는 보호출산을 통해 '16명의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고 하는 한편, 다른 이는 '16명의 천애고아가 생겨났다'고도 한다. 하나의 제도 시행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극명한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과연 우리는 16명의 생명을 구함과 동시에 그 아이들을 16명의 '천애고아'로 만든 건 아닌가?

보호출산제가 규정된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의 내용은 뜯어볼수록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에는 '보호'라는 단어가 주는 선한 이미지가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발의됐던 유사법들은 동일한 내용이지만 그 용어는 '희망출산', '비밀출산', '익명출산' 등이었다. 법 자체의 본질을 잘 나타낸 것은 '비밀출산' 혹은 '익명출산'이겠지만, 이 용어를 채택한 법안들은 다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반영되지 못했다.

해당 법들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가 "임신을 왜 비밀로? 왜 익명으로?" 라며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에 반해 '보호' 출산은 얼마나 좋은가? 아동도, 산모도 보호할 것 같은 느낌이 아닌가? 실상은 기존의 '비밀출산', '익명 출산'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음에도 말이다.

'보호출산'이란 '모자보건법'상 위기임산부가 상담을 마치고 보호출산을 신청한 뒤 비식별화된 정보로 의료기관에서 산전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보호출산으로 출생한 아동에게는 별도의 성본을 창설해 주고(예컨대 의정부 김씨) 지자체장은 그 아동의 후견인이 되어 입양 등 보호조치를 하는 것이다.

비식별화는 산모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자 대신 쓰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말인데, 우리는 이것을 '익명'이라고 부른다. '익명으로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아이와 산모는 분리한다'는 게 보호출산의 본질인 것이다.

이처럼 '익명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논의는 기본적으로 임신중지를 금기시하는 법제하에서 산모가 각종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신중지를 못했을 때 영아의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작용한 것으로, '출산 자체를 익명'으로 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이미 출산한 아이를 두고 가더라도 모른 척 해주겠다'로 구체화됐다. 이 중 전자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인 것이고, 후자는 '베이비박스'가 됐다.

▲9월 2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유아차 대행진' 행사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비눗방울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캥거루크루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임신·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가족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기획됐다. ⓒ연합뉴스

보호출산은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신 중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여성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 여성의 '보호자'가 임신한 당사자를 대신해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있다. 즉, 임신·출산·양육이라는 행위에 대해, 당사자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산모의 보호자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보호자는 민법에 따른 친권자 및 후견인, 친권자 및 후견인이 없을 때에는 민법에 따른 부양의무자로서 사실상 해당 임산부를 보호하는 사람, 나아가 부양의무자로서 보호하는 사람도 없는 경우에는 사실상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복지시설의 장을 말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 이러한 시설의 장이 임산부의 보호자로서 임산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도 있다.

당사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조력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대체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자가 당사자를 대신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특히 장애인과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장애를 가진 부부나 교제 과정에 있는 장애인에 대하여 가족 등 주변인에 의한 자기결정권 침해가 매우 심각한 현 상황에서, 보호출산의 신청을 오롯이 보호자가 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상담은 또 어떤가. 보호출산제에서 진행하는 상담은 출산, 양육 및 아동보호에 대한 상담에 국한되고 상담 매뉴얼에도 임신중지에 대한 상담은 포함되지 않는다. 임신 자체가 위기 상황인 산모에게 자녀를 갖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상담해주지 않는 것이다. 재생산 권리(Reproductive Rights)를 (1)자녀를 갖지 않을 권리, (2)자녀를 가질 권리, (3)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할 권리라고 할 때, 이 중 첫 번째인 자녀를 갖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출산 자체를 하지 않는 것,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상담은 진행하지 않는 반쪽짜리 상담인 것이다.

이는 독일의 '임신갈등법'에 따른 임신갈등상담센터의 상담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임신갈등법 제1장은 성교육, 피임 및 가족계획에 대한 상담으로, 임신을 중단하는 방법에 관한 상담도 당연히 포함한다. 이것이 자녀의 수와 자녀를 가질 시기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하도록 하는 재생산권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다른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안됐다면, 그 사람의 전 인생이 걸친 가족계획의 차원에서 임신중지도 고려되어야 하고 그에 알맞은 상담이 되어야 하나 현 보호출산제의 상담에서는 피임, 임신중단에 대한 상담이 쏙 빠져있다.

형법상 낙태죄도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여 비범죄화된 마당에 이처럼 기형적인 상담구조는 산모의 안전한 임신중단의 시기를 놓치게 하고, 결국 출산할 시기에 이르러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 여성인가? 아니면 아동인가? 그것도 아니면 인구 증가에 열을 올리는 정부인가?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버스에 부착된 상담번호 포스터ⓒ인트리

이제 '출산 후 아동보호 신청이 가능하다'는 조항(제14조)을 보자. 애초에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와 병행해야 하는 쌍둥이 법안이라고 하며 통과되었다. 출생통보제를 시행하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운 산모들이 '병원 밖 출산'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안전하게 출생한 아동의 경우에도 '보호출산'과 동일하게 하는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아동과 분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에서 출산하면 그 정보는 출생통보제를 통해 자연히 지자체로 통보가 될 것인데, 산모가 출산 후 1달 이내라도 '출산 사실에 대한 익명성'을 요구하면, 이미 통보된 아동의 출생정보를 다 회수해 그 정보를 재차 익명화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까지 친생모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이렇게 애를 쓰는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동의 출생정보(제15조~제17조)는 또 어떠한가. 아동의 출생정보는 친생모의 진술만으로 작성되고, 그 정보의 진실성은 전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출생증서는 봉투에 밀봉된다. 향후 아동이 이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친생모가 정보공개에 동의를 해야만 공개될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친생모의 의사에 달려있는 것이다. 친생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동은 평생에 걸쳐 본인이 누구의 자녀인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아동의 친생부에게는 이러한 동의권 또한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소위 위기임부인 친생모 혼자서도 보호출산 신청이 가능하므로, 친생모가 혼자서 아이를 보호출산하더라도 친생부는 전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설령 친생모가 아동의 친생부에 대한 정보를 출생정보에 작성했다고 한들, 이미 모든 출생정보가 밀봉된 상태에서 아동의 친생부 여부를 과연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이러한 법안의 빈틈을 일일이 언급하다 보면, 이 법안을 보완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폐지하고 새로운 포괄적 상담 및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보호출산이 산모와 아동의 궁극적 분리라는 결과에 이르는 것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임신·출산·양육 지원시스템이 한참 부족하다.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도 영아 유기, 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보호출산제는 '최수의 수단'도, 영아 유기의 답도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다.

최후의 수단에 운운하며 아동을 살린 제도라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출생통보제를 통해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임신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당사자에게 포괄적이고 적절한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데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 자녀를 갖지 않을 권리, 자녀를 가질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할 권리를 모두 보장하기 위해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경우 자녀를 가지고 출산할 권리를 침해받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만약 출산을 선택했다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거주지원, 자립지원, 돌봄지원, 비용지원 등 각종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포괄적 임신·출산·양육 지원책을 시행해보긴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과 제도적 개선 없이 그저 보호출산만을 시행하는 것은 '임신중단은 지원해줄 수 없고, 어떻게든 낳아라, 못 키우겠다면 입양보낼 수밖에 없다. 그 아이가 평생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하더라도 이렇게라도 살려준 것을 고마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만 남긴다. 누가 행복하고 만족한 결과인가?

▲보호출산제가 여성의 모성과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인가. 임신, 출산을 유지하기 힘든 여성의 어려움엔 눈 감고 이 제도 하에서 태어난 아동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권리마저 빼앗긴 이등시민을 만드는 법이다.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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