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올해 들어서만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가운데, 쿠팡 내 산재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달라며 국회에 '쿠팡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정의당과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구로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연 '노동자 죽음 부르는 쿠팡 로켓배송의 노동실태와 고용구조를 파헤친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고(故) 김명규 씨 배우자 우다경 씨, 고 정슬기 씨 아버지 정금석 씨,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 등 3명의 쿠팡 노동자 유가족이 참석했다. 이들은 가족을 잃은 아픔을 호소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지난 8월 쿠팡 시흥2캠프 내에서 같이 일하던 남편이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 우다경 씨는 당시 "뒤에서 '사람이 쓰러졌어요'라는 비명 소리를 들었지만, 프레시백이 밀리지 않도록 바쁘게 손을 놀리느라 정신이 없어 미처 돌아보지 못했다"며 "두번째 비명이 터져 나오고서야 '무슨 일이지?'하고 몸을 돌렸다. 제가 서 있던 작업대에서 불과 3~4미터 떨어진 곳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남편이었다"고 말했다.
우 씨는 "유가족들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쿠팡은) 아무렇지도 않게 방관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저희는 남편을 잃고, 가장을 잃었는데 (물류센터의) 기계는 잘 돌아가고 있다"며 "국가는 뭐하고, 국회의원들은 뭐하나. 국가에서, 국회의원님들이 해주셔야 한다. 정말 부탁드린다"고 국회에 쿠팡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5월 쿠팡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던 아들을 잃은 정금석 씨는 "우리 사회가 자식을 먼저 보내면, 자식을 지키지 못하면 죄인이라 이야기하지 않나. 죄인 된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며 "벌써 네 달이 됐나.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날마다 거리를 헤매고 있고 추석 전부터는 쿠팡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이 없는 저의 가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고 큰 슬픔과 절망에 빠진 며느리와 어린 속자들을 바라보는 할애비의 마음은 찢어지는 고통이다. 많은 세월을 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고 했다.
정 씨는 "마지막으로 국회에 소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며 "국회는 속히 쿠팡 청문회를 열어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고 다시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지 않도록 조치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당시 27살의 나이로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아들을 떠나보낸 박미숙 씨는 "아들이 떠난 지 4년이 지났다"며 "(아들과 함께) 네 식구가 한 상에서 밥을 먹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인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슬픔"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아들이 쿠팡에서 사망했을 때 야간 노동과 쿠팡 노동 강도 이야기가 나왔다. 4년이 지났는데 쿠팡만이 아니라 모든 택배, 물류센터가 야간노동, 새벽배송을 부추기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쿠팡이라는 회사가 물류산업의 기본을 만들고 그 이상의 노동강도를 강요하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그때 (쿠팡을) 멈췄다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오늘 나오신 다른 가족분들 안 만날 수 있었다"며 "22대 국회가 새로 시작하는 단계에서 4년 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다음 회기까지 넘기지 않고, 쿠팡의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이 정리해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쿠팡에서는 고 김명규 씨, 고 정슬기 씨 외에도 올해 들어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24년 7월 경북 경산에서 쿠팡 택배기사로 일하다 폭우에 휩쓸려 사망한 A씨, △2024년 7월 제주에서 택배 분류작업 중 쓰러져 사망한 B씨, △2024년 7월 경기 화성에서 물류 야간노동 후 사망한 C씨 등이다.
쿠팡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은 지난 13일 국회전자청원 사이트에 '쿠팡 청문회 개최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리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청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오는 13일까지 5만 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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