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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국내 최대 출판메카 '완판본' 전주에 출판박물관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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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선후기 국내 최대 출판메카 '완판본' 전주에 출판박물관 세우자"

오래된미래연구소·완판본문화관 '호남지역 출판문화' 관련 좌담회

호남출판문화의 중심지이자 조선후기 방각본(상업출판물)의 메카인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지역에 전통출판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흩어져 있는 완판본을 비롯한 호남의 다양한 판본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 보관, 정리하고 일목요연하게 자료로 보존해 전승하고 새로운 창작의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9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완판본문화관에서 열린 호남출판문화 관련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프레시안

19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판본문화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태영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조선 후기 전주를 비롯한 호남의 인쇄문화는 전국 최고의 수준이었다. 특히 개화기 이후의 전주 방각본은 서울의 그것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수준과 질이 높았다"면서 "그러나 자아도취의 순간에 서울에서는 납활자가 대체되고 인쇄시스템이 갖춰지면서 1920년을 기점으로 전주는 문을 닫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역의 무관심으로 전주에서 제작된 판본의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돼 그곳에서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이제 더 이상 그 유물들은 전주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서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관심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례 학술대회와 특별강연 등을 해나가면서 큰 목표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덕 전주대학교 교수는 "처음 완판본문화관을 만들 때 '완판본 책을 가급적 최대한 모아보자'는 취지가 있었지만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완판본을 모두 사 모으는 것은 하드웨어도 힘들고 수장고도 부족한데다 국립박물관 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면서 "다만 '디지털 수집'과 '복원' 등의 작업은 검토해 볼만하고 젊은 세대가 참여하는 완판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관심을 높여나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무엇보다 자치단체장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전주시나 전북도의 문화 마인드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2년 뒤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그러한 류의 정책 아젠다를 만들고 공약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철상 한국문헌문화연구소장은 "전주의 출판문화를 연구하다 보면 결국 '구심점'이 없음에 한계를 느낀다. 지금이라도 '구심점'이 될 만한 박물관이나 센터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연구자료를 모으고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수원화성박물관이 처음 생길 때 참여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책임자들이 '뭐든지 좋은 유물은 비싸게 사라'고 하고 '중요한 유물구입 공고는 1월에 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비록 수원화성박물관이 뒤늦게 생겼지만 지금은 보물을 많이 수장하고 정조대왕으로 특화된 박물관이 되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완판본문화관에서 열린 호남출판문화 관련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프레시안

이번 좌담회와 강좌를 기획한 전경목 오래된미래연구소장(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지식을 내놓는 것으로 보면 전주는 성공했지만 지식을 생산하는 데는 굉장히 약하다"면서 "조선시대 책을 통해 지식을 생산했다고 생각한다면 박물관을 세워서, 지금 충분히 조성된 전주지역의 도서관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독서클럽 등을 연계해 '지식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소장은 이어 "청주시의 경우 '직지' 하나로 몇십년을 활용하고 있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직지를 찾습니다'는 프로젝트로 국가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전주시도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뭔가를 지속적으로 해봐야 한다. 우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년 연구의 방향을 잡고 실행해 나간다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는 오래된미래연구소와 전주 완판본문화관이 주관하고 한국학호남진흥원이 후원한 '2024호남한국학 강좌-조선시대 호남지역 출판문화를 읽다'는 주제의 9개 강좌를 마친 자리에서 이뤄졌다.

지난 8월22일부터 시작된 9개 강좌는 △조선출판의 꽃 전라감영본(이태영 교수) △알려지지 않은 호남출판의 광맥, 나주의 출판(박철상 소장) △고려와 조선을 잇는 사찰출판, 안심사와 화암사 사찰본(옥영정 교수) △임란극복의 원동력 가문출판, 보성의 출판문화(이상현 연구원) △조선시대 호남문학의 뿌리, 남원의 출판(박철상 소장) △조선후기 호남문화의 활력, 회현당 활자(김소희 교수) △조선후기 남도출판의 저력, 광주목활자와 지겟다리 활자(옥영정 교수) △일상생활서의 출판, 태인방각본(김진돈 사무국장) △상업출판의 꽃, 전주출판(박철상 소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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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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