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학교 공간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학생의 성장 및 발달을 위해 도입된 ‘늘봄학교’가 올 2학기 시작과 함께 전면 시행된 가운데 경기지역 교사들이 ‘교육활동 침해’를 주장하며 경기도교육청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도교육청은 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13일 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전교조) 등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안전한 학교 공간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학생의 성장 및 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적 교육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경기지역에서는 올 1학기 전체 1332개 초등학교 가운데 73.2% 수준인 총 975개 교가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 집중 지원교’로 지정돼 시범 운영을 실시한 뒤 2학기부터 모든 학교(공립 1342개 교·사립 3개 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에 참여한 초1 학생의 수도 1학기 6만7791명(전체 9만580명의 75%·4월 30일자 기준)에서 2학기 8만2339명(전체 10만4461명의 79%·9월 6일자 기준·일부 신설교 미포함)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운영된 늘봄학교에 대한 초1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도교육청이 지난 7월 8∼16일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참여 학생의 학부모 2만23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281명 중 89.5%가 ‘만족한다’고 응답하며 지난 3월 적응기간에 대한 종합만족도(85.1%) 보다 4.4%p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늘봄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이 같은 분위기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 준비 부족한 늘봄학교, 첫 단추 잘못 끼웠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현재 운영 중인 늘봄학교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배치한 기간제 교사와 기간제 근로자 중 일부가 중도 하차하거나 제대로 채용이 되지 않으면서 늘봄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 공백을 교사들이 떠맡으면서 교육활동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전교조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도내 교사 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학기 늘봄학교 운영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학교에서 교사가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2학기에 전가되는 논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25.7%(28명)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학교에서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지속적으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2학기에도 그럴 예정인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66.1%(60명)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없는 경우, 늘봄업무를 위한 7개월 단기행정인력(기간제근로자)의 채용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물음에 23.9%(26명)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실시에 따른 학교 내 늘봄학교 공간은 충분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53.2%(58명)가 ‘유휴공간이 없어 겸용교실을 동원해 운영 중’이라고 응답했고, ‘늘봄학교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늘봄학교의 운영이 아닌, 보다 실효성 있는 기존 돌봄교실의 확대(36.7%·40명) △늘봄학교에 투입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도교육청·교육지원청에서 책임있게 운영(21.1%·23명) △무리한 시행으로 파행이 예상되는 만큼, 2∼3년 유보(18.3%·20명)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전교조는 "도교육청은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 975명을 배치해 늘봄업무를 담당하게 했고, 미배치교를 대상으로 360여 명의 7개월 단기행정인력(기간제 근로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정작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중도하차하는 일이 발생해 교사에게 늘봄업무가 전가되고, 학교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교육청은 ‘2학기 업무 재구조화를 통해 늘봄 업무에서 교사를 배제한다’는 교육부의 원칙을 어긴 채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전가시키며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늘봄교실 공간에 대한 도교육청의 지원 대책도 여전히 부실한 상태로,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밀어붙인 늘봄학교로 인해 학교 현장이 혼란에 휩싸인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경기전교조는 "늘봄학교는 ‘방과후 + 돌봄’을 늘봄이라는 이름으로만 바꾼 허울 뿐인 정책에 불과하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늘봄정책은 기존의 돌봄을 확대·강화하고, 지자체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이관을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는 독립적인 돌봄정책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늘봄학교 운영,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추진과 관련, 안정적으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인력·공간 등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며 경기전교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도교육청은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추진하면서 인력과 공간확보에 아무런 대책 없이 교사에게 늘봄업무를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교사 미채용 학교에 대해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는 부분에서 24.8%의 학교가 제대로 채용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늘봄학교의 전면 시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립 기준)1342개 교를 대상으로, 1개 교 당 1명의 전담인력 배치를 목표로 했고, 현재 2개 교를 제외한 1340개 교(99%)에 대한 전담인력 배치가 완료된 상태라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상반기에는 975개 늘봄학교 시행교에 한시적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100% 채용 완료했으며, 2학기 전면 시행으로 추가된 367개 교 중 365개 교에서 기간제 근로자 선발이 모두 완료됐다"며 "나머지 2개 교는 공고가 진행 중으로, 모든 학교에서 전담인력이 채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담인력이 건강 등의 사유로 의원 면직한 일부 학교의 경우에는 즉시 교육지원청에서 새로운 인력의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늘봄업무를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달 시행된 ‘2024년 2학기 늘봄학교 업무 재구조화 추진계획’ 공문을 통해 2학기부터 교직원 상호간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쳐 늘봄업무 및 기존 방과후학교 업무를 단계적으로 늘봄전담인력(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교사·기간제 근로자)에게 이관·추진할 수 있도록 안내했으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늘봄학교 공간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과대·과밀 학교의 경우 공간적 어려움이 있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로, 늘봄프로그램 운영 공간 확충과 이에 따른 교사 연구실 환경조성 지원을 위해 학교당 3000만 원 이내(시설공사비 및 비품구입비)의 환경개선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재까지 414개 교를 대상으로 430개 전용교실과 190개 겸용교실을 지원했고, 164개 교에 232개 교사 연구실도 지원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밖에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마쳤으며, 325개 기관을 통해 지역자원활용 늘봄공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등 학교 공간 문제 개선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해당 문제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본질적으로 교사에게서 늘봄업무가 분리돼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도교육청은 별도의 늘봄지원실 구축을 위해 학교현장 모니터링단과 정책모니터단을 비롯해 교사와 학부모 및 경기전교조를 포함한 3개 교원단체와 기자 등 현장 지원 자문단을 운영,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경기형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경기형 늘봄학교는 학교 업무 경감 및 교사로부터 업무 배제가 원칙으로, 늘봄 수요를 지역사회와의 연계 및 협업을 통해 운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학생은 행복하고, 학부모는 안심하고, 학교 부담은 줄이는 ‘경기형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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