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지난달 29일 선고된 '기후위기 대응 헌법소원 결정'을 다뤄보고, 이 사안에서 국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① 정부가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을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정하고 있고, ② 시행령서 그 비율을 40%로 정하고 있으며, ③ 2018년 현재시점에 각종 부문에서의 배출량(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제거량)을 산출하고, 이에 대한 연도별 목표치에 따른 배출·흡수량을 산정한 수치를 기준으로 탄소발생량 감축을 정하개 돼 있습니다.
위 단체의 주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한 법체계, 예산·재정 등이 파리협정(the Paris Convention) 등 국제사회에서 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합의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이로서 본인들의 생명권·행복추구권·환경권 등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상당히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데, 결론은 관련 법령체계가 미래세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30년까지의 40%라는 감축목표수치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제출한 여러 가지의 목표, 실행수단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불충분해 위헌적이라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미래세대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탄소중립 이행계획은 어떠한 형태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2050 로드맵'등을 고려할 때 말입니다. 법률용어로는 일종의 '부진정 입법부작위'(법령이 제정돼 있기는 하나, 그 내용이 불충분해 특정한 내용을 규율하지 못해 기본권을 침해고 있다는 헌법소원 형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존중하면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2021년 9월 24일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 1항 자체를 '위헌'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26년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국회에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전적 입법과제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인데, 결정 이유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현재의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제한하게 되는 것임에도, 위험상황으로서의 기후위기의 성격상 미래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의욕적으로 감축목표를 정하고 계속 진전시켜야 한다. (…) 구체적인 감축수단에 관해서는 감축목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매우 다양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그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돼야 한다."
미래세대의 경우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정작 현재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선 선거권·피선거권의 제약이 있기 마련인데도 입법자들이 이를 불충분하게 규율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문제는 입법자 역시 불완전성에 노출돼 있다는 겁니다. 국회의원 선거 등 의회권력의 선거는 4년마다 시행되므로,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대응책을 모색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단기간의 정치적 결단보다는(2030년까지의), 2030년 이후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서는 대강의 그림 정도는 그려야 할 것이 아니냐고 법원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서 대강의 정량적 수준, 즉 탄소발생량이 0으로 수렴(이론상으로라도)하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서 몇 %의 수치를 매년 감축할지에 대한 수준을 규율하는 것이 입법자의 역할이 아니냐고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결정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첫째, 입법자인 '국회·정부'의 협력적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2020년 10월 국가비전으로 수립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회의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탄소중립의 이행목표치, 계획, 전환, 수송 등 각종 부문별 감축수단, 탄소중립이행을 위한 선제적 보상체계, 이행체계 등 사회전반의 탄소중립 이행시스템을 담보하는 형태의 법개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현재 이 부분은 법 8조 1항에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이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만 규정돼 있습니다.
둘째, 시민들의 자발적인 탄소중립 이행노력이 중요해졌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목표치는 목표치일 뿐이고, 실제 이행은 시민들의 창의적 해결책 마련과 자발적 감축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헌재 결정의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는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①'205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100%를 충족해야 하고'라는 도전적인 목표수치를 제시하거나 ② 현실적으로 '205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몇 %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이라는 형태의 입법개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를 법개정에 반영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이를 실제 현실에서 반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헌재 결정 이유처럼,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여야 및 국회-정부 관계를 고려할 때 앞으로의 과정들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제4의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 이행체계의 불완전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볼 수 있고, 입법자가 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조항마저 26년부터는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22대 국회 임기 2년간,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올해의 폭염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었다'는 말을 국회가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