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까지 불과 나흘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법무법인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으로부터 공직 후보자로 지명을 받은 후에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상식이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30일 안 후보자로부터 받은 인사청문회 요구자료 답변서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법무법인 '화우' 사직 여부를 묻는 질의에 "현재 재직 중"이라며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사정을 고려해 빨리(임명 전에) 사직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 2021년 대형 법무법인 화우에 형사대응그룹·기업송무부문 고문변호사로 영입돼 약 2년 8개월간 재직 중이다. 일반적으로 고문변호사는 자문 역할을 한다. 개별 사건 대리를 맡지 않거나, 맡더라도 형식적으로만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안 후보자가 공직 후보로 지명된 후에도 사직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사직 시점을 늦추는 배경에 '높은 급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 후보자는 법무법인 화우에서 고문변호사로 지내며 매달 약 2900만 원의 급여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지금은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기 때문에 지명이 곧 임명인 상황이라 지명과 동시에 사직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돈 문제가 아니라면 아직까지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안 후보자는 화우 고문변호사로 지내는 동시에 YTN 사외이사로도 활동했는데, 지명 후에도 법무법인 소속은 그대로 유지한 것과 달리 YTN 사외이사직은 곧바로 내려놓았다. 그는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 "후보자로 내정된(8월 12일) 이후인 2024년 8월 14일 사퇴 의사서를 YTN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YTN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월 35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윤 의원은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특정 로펌의 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특히 YTN에는 후보자 지명 이틀 뒤 사외이사 사퇴 의사서를 보냈으면서, 법무법인 화우에는 후보자 인사청문회 직전까지도 사직서를 내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다른 변호사는 "안 후보자가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거친 후 이른바 전관변호사로 대형 로펌에 몸을 담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공직 후보자로 지명을 받은 이후에도 그 직을 유지하는 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이날 안 후보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안 후보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나흘 뒤인 오는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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