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불공정 논란을 빚은 두산밥캣 관련 지배구조 개편안의 일부를 철회했다.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한발 뒤로 물러섰다.
29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두산그룹의 3단계 지배구조 개편안의 마지막 단계가 철회됐다는 의미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금융당국까지 경고를 보낸 데 따른 결정이다.
두산그룹은 알짜회사인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총 3단계로 나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우선 ①현재 두산밥캣 지분 51.05%를 소유한 모회사 두산에너빌리티를 둘로 쪼개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신설한다. 이어 ②두산로보틱스가 해당 신설 투자회사를 흡수 합병한다. 마지막으로 ③두산밥캣 주식과 두산로보틱스의 신주를 교환해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두산밥캣은 상장폐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가운데 두산그룹은 마지막 3단계 계획만을 이번에 철회했다. 기존 1단계와 2단계 개편안은 유지해 예정대로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한다.
이 2단계까지의 거래가 완료되면 두산밥캣 소유자는 기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지분 46.06%를 소유한 새로운 합병회사가 된다. 아울러 지주사인 (주)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기존 13.8%에서 27%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번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사업 등 원자력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두산밥캣을 흡수한 두산로보틱스는 로봇과 건설기계 부문에 특화한다는 게 두산 측 밑그림이다.
논란이 된 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주식 교환 비율이다. 두산 측은 두산밥캣 주식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와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두산밥캣 주주가 두산로보틱스에 1주를 주면, 돌려받는 건 두산로보틱스 0.63주라는 의미다. 두산로보틱스 주식가치는 지나치게 고평가하고 두산밥캣 주식가치는 저평가해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어났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조3933억 원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1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를 잃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손해를 보는 데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3단계 거래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100주당 27만1000원의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이익을 위해 소수주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점을 공개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 측에 두 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정신고서가) 미비하다면 무제한으로 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두산 측에 3단계 합병안 철회를 요구했다.
통상 재벌 대주주에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이 일어날 때 재벌 측 입장을 들어주곤 하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일반 주주의 요구에 부응한 건 이례적이다. 주식 투자가 젊은층에까지 일반화하면서 온라인을 타고 특히 이번 개편에 대한 반발이 강했던 점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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