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청년 양준혁씨는 '돈 많이 벌어서 어머니와 할머니 호강 시켜드릴게요'를 입에 달고 사는 청년이었다.
그는 에어컨 설치 일이 전망이 좋고 창업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지난 12일 광주의 한 에어컨 설치·수리 업체에 취직했다.
출근 첫 날인은 오전 6시30분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 이후 오후 8시30분이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이날 속옷까지 땀에 절어 주머니 속 담배는 포장지는 코팅이 벗겨져 물먹은 종이처럼 풀어져 있었다. 그날 준혁씨는 작업 팀장에게 "너무 더운데 냉방 모자를 써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거절당했다.
이틀째인 지난 13일 도착한 현장은 장성군 장성읍 한 중학교 급식실이었다. 준혁씨는 팀장과 다른 직원과 함께 오후 1시 40분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절친한 친구에게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는 '죽을 것 같이 힘들다' 였다.
급식실 현장 냉방 설비는 선풍기 2대가 전부였다. 준혁씨는 더위에 못 이겨 오후 4시40분께 급식실 밖으로 나와 구토를 했지만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그러나 버티다 못한 그는 20분 만에 다시 나와 갈지(之)자로 비틀거리다 학교 화단에 쓰러졌다.
준혁씨의 쓰러진 모습을 본 팀장은 곧바로 핸드폰으로 촬영해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보냈고 인사담당자는오후 5시10분 준혁씨 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며 전화를 걸어 "준혁씨가 평소 기저질환이나 정신질환이 있느냐"면서 "애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준혁씨가 쓰러진 채로 일어나지 않자 팀장은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어머니에게 연락해 "119에 신고해도 되느냐"고 묻고 신고했다. 10분 후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준혁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구급대원이 당시 체온을 재려고 했을 때는 고온으로 측정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고 일주일 전 1박2일 동안 여수 여행을 함께 다녀온 친구들은 친구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친구 강승구씨(27)는 "술자리에서 친구끼리 누가 잘못되든 빈소에서 3일은 지켜주자"며 "별뜻 없이 한 말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동창 양현민씨(27)도 "술 마신 다음날에도 축구를 할 만큼 체력이 대단한 친구였다"며 "아직도 사고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울먹였다.
유족들은 19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어머니 신우정씨(50)는 "우리 아들 어떻게 키웠는데…, 그렇게 죽도록 내버려둔 사람들 꼭 책임지고 벌 받게 할 겁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리며 입장문을 읽었다.
이날 유족들과 친구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업체를 엄벌해 줄 것을 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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