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가 8.15 광복절에 일본의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를 상영하고 좌우가 바뀐 태극기를 내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광복절 '기미가요'를? 미친 것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모욕감이 들었다"고 성토했다. KBS를 향해서는 "친일 방송", "뉴라이트 방송국", "NHK 서울지국"이라고 비난했다.
KBS는 지난 15일 오전 0시 <KBS 중계석>을 통해 지난 6월 '예술의전당'에 올랐던 오페라 <나비부인>의 공연 영상을 방송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나비부인>은 19세기 후반 청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국 해군 대위와 일본 여성의 사랑 이야기이며, 극중 계약 결혼식 장면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된다.
KBS는 또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에 앞서 방송된 날씨 예보에 태극기의 좌우가 바뀐, 즉 건·곤·감·리 위치가 잘못된 태극기를 사용했다.
방송 이튿날인 지금도 KBS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KBS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 건가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현재 1만6000여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이게 제정신으로 한 편성이 맞습니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방송국이 '일빠(일본 추종자라는 뜻)'네요"라고 썼다. KBS는 시청자청원제도에 따라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청원에 동의하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해야 한다.
'광복절에 일본 기미가요를 방송하다니요? 미친 것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시청자 또한 "KBS는 어느나라, 누구의 방송국입니까? 광복절 79주년에 공영방송에서 일본 '기미가요' '나비부인'을 방송한다니요? 너무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욕감이 들 정도입니다. 제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 친구로 돌아와주세요. 그리고 이번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 건에 대해서 국민들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세요!!"라고 했다.
다른 시청자들도 "'기미가요'를 광복절에 하는 게 정상입니까?"라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의도가 아주 다분한 KBS, 토착왜구의 앞잡이 노릇하는 KBS"라거나 "이건 고의"라며 의도된 편성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 시그널을 풍자해 "정성을 다하는 일본 국민의 방송"이라며 KBS를 향해 "친일 방송", "뉴라이트 방송국", "NHK 서울지국"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사과 입장문을 냈지만,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를 방송하고 좌우가 바뀐 태극기를 사용한 것 등 모두 제작진의 불찰이라며 책임을 제작진에게 돌렸다.
KBS는 오페라 방송과 관련해 "당초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파리)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되게 됐다. 바뀐 일정을 고려해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며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좌우가 바뀐 태극기와 관련해서는 "태극기 이미지 표출에 실수가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했다"며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라고 했다.
이에 KBS 구성원들도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이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측이 올림픽 중계로 방송 일정이 연기돼 광복절에 방송했다는 설명에 대해 "비겁한 변명"이라며 "그런 어설픈 설명으로 시청자게시판에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를 일컬어 'NHK 서울지국'이라는 모욕적인 비유도 등장한다"며 "낙하산 박민 사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나비부인> 방영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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