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과 2022년 이후 역대 세 번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재정적자 규모는 팬데믹 타격으로 인해 전 세계가 큰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크다.
법인세 수입 감소가 주원인이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6월 말까지 누계 총수입은 296조 원이었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48.3%였다.
상반기 국세수입(잠정)은 168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 원 감소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보다 부진하다. 그로 인해 한해 절반이 지났으나 진도율은 45.9%에 그쳤다.
지난해 세수 펑크의 주원인이었던 법인세수 감소가 올해도 이어졌다. 6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30조7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6조1000억 원 급감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실적 저조로 인해 납부실적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법인세수를 짰음에도 6월까지 진도율은 39.5%에 그쳤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모습이다.
증권거래세는 3000억 원, 관세는 2000억 원 덜 걷혔다.
법인세수 급감으로 인한 구멍을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메웠다. 6월까지 누계 부가세 수입은 41조3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조6000억 원 더 걷혔다. 소득세 수입은 58조1000억 원이었다. 작년보다 2000억 원 더 걷혔다.
상반기 세외수입은 16조5000억 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1000억 원 늘어났다. 상반기 기금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조7000억 원 증가한 110조9000억 원이었다.
상반기 총지출은 371조9000억 원이었다. 작년보다 20조3000억 원 늘어났다. 선거를 앞둔 신속집행과 복지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56.6%가 됐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 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빼 실질적인 정부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3조4000억 원 적자였다.
상반기 기준 이 같은 적자 규모는 2020년(110조5000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멈춰서자 긴급재난지원금을 집행한 영향이 있었다.
아울러 이 같은 적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산을 짤때 예상한 한해 총 적자 규모인 91조 원보다 크다. 상반기 재정적자가 한해 전체 총 적자 예상액을 넘어선 것은 2014년, 2019년, 2023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이 중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차례가 윤석열 정부 들어 발생했다.
역대급 펑크가 난 작년 상반기(-83조 원)보다도 올해 상반기 재정 적자 규모가 크다. 5월까지 누계 적자(-74조4000억 원)보다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6월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월보다 9000억 원 줄어든 1145조9000억 원이었다.
7월 국고채 발행액은 15조8000억 원이었다. 외국인의 국고채 순투자액은 4조7000억 원이었다. 7월까지 누적 국고채 발행액은 115조9000억 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의 73.2% 수준이었다.
이처럼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내년 예산안은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3%대 이하에 맞춰 내년 예산안을 680조 원대로, 총지출 규모는 670조 원대로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당초 예정한 4.2%보다 증가율을 더 크게 떨어뜨린 것이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큰 규모로 발생하면서 재정 여건이 나빠진 가운데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살림 적자 비율을 당초 목표인 3% 이하로 유지한다는 목표가 담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3.9%로 가정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세입이 줄어들어 정부 지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복지 지출에 크게 의존하는 취약계층의 내년 삶의 전망이 크게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 삭감 논란을 빚었던 연구개발(R&D) 등 분야의 재정 지출 수준을 어느 정도로 조정할 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 정부의 감세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란을 낳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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