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의 나이에 네덜란드로 입양돼 54년 만에 극적으로 어머니를 만난 김장미씨(58·여)와 그의 어머니 김명임씨(80)씨가 가족임이 확인됐다.
10일 이들 가족에 따르면 전날 나온 유전자 검사 결과 김장미씨와 김명임씨가 생물학적 모녀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 7일 과거 보육시설이었던 광주 남구 충현원에서 이들 가족은 극적인 만남을 갖고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김장미씨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가족들을 만나보니 꼭 닮아서 큰 걱정은 없었다"며 "이제 확실히 결정돼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이어 "왜 부모님이 날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어린 시절 남아있는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면서 "그 마음이 30년 동안 가족을 찾게 된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했다.
결과를 전달받은 장미씨의 둘째 언니는 "만나서 보니 가족이라고 확신하셨는지, 어머니는 소식을 듣고 '그래' 한마디만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셋째와 넷째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외할머니께서는 '내 새끼들을 갖다 줬다'고 평생을 후회하고 가슴 아파하셨다"며 "동생을 찾게 된 소식을 아셨다면, 생전에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4살에 가족과 헤어지고 3년 뒤 입양된 김장미씨는 성인이 되고 나서 30년 동안 가족을 찾았다. 네덜란드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정보가 부족해 가족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광주를 방문한 김씨는 고아원인 충현원에서 우연히 어머니 이름이 '김맹임'으로 기록된 서류를 발견했다.
김씨는 충현원장 제안으로 경찰에 신고, 지난 1일 경찰서를 찾아 신원 조회를 요청했다. 경찰은 실종 자녀 이름이 동일하고 어머니 성명만 조금 다른 충북 청주시에 사는 80대 여성을 찾았다.
김명임씨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17년에 DNA를 등록해 둔 것이었다.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에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 6일 오전 사진과 화상통화를 통해 서로를 확인한 모녀는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하고, 광주 충현원에서 54년만에 상봉했다.
김장미씨와 김명임씨 가족은 출국 전 만나 식사를 함께 한 후 귀국 후에도 연락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장미씨는 "언어 장벽 때문에 힘들지만, 꾸준히 한국 가족과 연락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장미씨의 둘째 언니도 "영어가 어려워 이후 연락은 장미에게 달렸지만, 일단 맛있는 한국 음식을 해 먹이고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장미씨는 다른 입양인에게도 "입양인에게 낳아준 부모가 자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명임씨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넷째 딸 김청주씨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씨 가족이 기억하는 넷째 딸의 이름은 김천중이나 호적상으로는 김청주라고 기록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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