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폭락 영향으로 5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검은 월요일'이 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급락하며 2441.55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64.89포인트(2.42%) 급락해 2611.30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은 더 커지면서 2600선, 2500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급기야 2400선까지 무너지면서 장중 282.23포인트(10.81%)까지 하락하는 등 2386.96까지 밀렸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 14분 코스피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닥도 폭락했다.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폭락하며 691.28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개장과 동시에 765.57로 하락한 후 급락세를 이어가며 600선까지 힘없이 밀렸다.
그로 인해 코스닥에도 이날 오후 1시 56분경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2020년 3월 19일 이후 이번이 1600일 만에 처음이다. 당시도 코스피와 코스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국내 증시를 이탈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5200억 원, 코스피200 선물 69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1조7000억 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지수를 밀어냈다.
지난 2일에도 코스피는 3.65% 급락했다. 당시 외국인의 현물 순매도액은 8478억 원이었다. 당시보다도 장중 2배 가까운 수준의 매도 폭탄이 이날 코스피에 떨어졌다.
아울러 이는 올해 최대 순매도 기록이던 지난 5월 31일(1조3368억 원)의 기록마저 넘어선 수준이다.
코스피가 하향하기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해 2조5720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관은 888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3조8190억 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증시 급락에 따라 파생시장에서는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한국거래소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유지위탁증거금률의 80% 이상이 변동함에 따라 추가 위탁증거금 제도를 발동한다고 증권사들에 안내했다.
장중 변동성이 워낙 커 추가 증거금이 필요한 계좌를 산출할 필요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선물옵션 거래 고객들에게 추가 발생 증거금을 새로 산출해 그 내역을 안내했다.
아시아 증시 전체가 대폭락했다.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51.28(12.40%) 급락하며 3만1458.42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블랙먼데이 당시인 1987년 10월 20일의 3836.48보다 낙폭이 크다.
후지TV 계열인 FNN프라임 온라인판은 "미국 경기 침체 경계감으로 인해 주말 미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날 도쿄 증시가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엔고 역시 주가를 밀어내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43엔대까지 내려갔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5엔대를 웃돈 것은 올해 2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선 가운데,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감이 커지면서 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인 달러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시대가 끝나리라는 전망이 미 경기 침체로 인한 달러화 약세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추가 효과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대만의 가권지수 역시 8.35% 급락하며 1만9830.88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18% 하락한 1만6576.59로 장을 마쳤다.
가상자산 시장도 폭락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전일 대비 12.79% 급락하며 7347만 원으로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20% 이상 폭락했고 솔라나는 15%가량 하락하는 등 주요 가상자산이 10~20%대 급락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미국 경기 침체 우려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 지표가 둔화하면서 미 재무부가 장기간 주도한 유동성 장세로 인한 미 경기 상승세가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특히 대선을 변고점으로 더욱 커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4.3%까지 오르는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의 진입을 가리키고 있다.
그 영향으로 미 증시가 주말 사이 폭락했다. 지난 1일과 2일(현지시간) 사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7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14%, 나스닥지수는 4.73% 급락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는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 경제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소비를 받치고, 소비의 힘이 생산과 고용을 띄우는 순환 구조에 의해 지탱됐다. 그에 따라 미국 경제는 올해 들어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아직 불안한 미국 물가 상황에서 이 흐름이 깨진다면 소비-생산-고용의 연결구조도 무너진다. 미국 소비자는 이미 빚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면서 소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개인소비지출(PCE)은 2.3% 증가하면서 1.5%였던 1분기를 압도하는 수준의 모습을 보였으나, 동시에 개인 저축률은 1분기 3.8%에서 2분기 3.5%로 하락했다.
아울러 신용카드 사용잔액은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빚으로 떠받친 소비가 한계점에 임박했다는 신호가 본격화한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배경에는 한계에 다다른 가계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 역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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