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임을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은 김주애를 현 시점의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어린 김주애에 대한 국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 및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절하며 비공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가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간사는 "후계 구도와 관련, 김주애 양을 어떻게 북한이 호칭하고 어떤 활동에 김주애가 나타나는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수령이나 후계자에게만 쓰는 향도(嚮導)라는 표현으로 보아 상당한 정도로 후계자 구도가 굳어져 가는 게 아닌가 전망한다"고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북한은 지난 3월 16일 김정은·김주애 부녀의 온실 준공식 행사 참석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하며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국정원은 김주애의 활동 내역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70% 이상 활동이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군사분야 활동이었고, 매우 부분적으로 경제활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제국주의와 싸우는 모습을 통해 후계자로 옹립할 계획이 있는 것 아니냐"고 정보위에서 답변했다.
박 간사는 다만 "(국정원은) 아직은 다른 형제가 나설 가능성, 또 최종적으로 후계자를 확정하진 않았다는 점을 토대로 (후계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자는 않았다"고 전했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된 사건에 대해 국정원은 "현재 이 문제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적어도 한미 정보협력에는 크게 문제가 없고 (협력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이성권 간사는 "이번 건으로 한미동맹이나 안보 협력의 훼손은 일절 없다는 것이 국정원 측의 말"이라며 "안보 협력이 축소되거나 파기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조태용 국정원장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정보위원들은 "동맹관계가 위태로울 수 있는 일까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이미지 실추나 한미동맹의 견고함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미 테리 사건 관련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급이 나온 데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설명할 것은 없다고 했다"(이성권), "문책이나 감찰 얘기는 없었다"고 여야 간사는 전했다.
한편 후계구도 외에 국정원이 보고한 주요 북한 관련 동향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상태 △오물풍선 실태 △미사일 시험발사 동향 △북러 정상회담 후속동향 등이 있었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몸무게가 140킬로그램에 달하고 체질량지수가 정상 기준인 25를 크게 초과한 40 중반에 달하는 등 초고도비만 상태로 심장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30대 초반부터 고혈압과 당뇨 증세가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 건강 상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에는 가족력인 심혈관 계통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 면밀하게 추적 중"이라고 보고했다.
오물풍선과 관련, 국정원은 "북한은 현재 총 10회 36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했으며 처음에는 오물, 주로 퇴비나 폐비닐 같은 것에서 두 번째로는 종이, 그리고 세 번째로 쓰레기 패턴을 바꾸는 등 우리 대응에 혼선을 주려고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오물 풍선을 다중밀집구역 혹은 주요 보안시설에 집중 투하하거나 위험물질로 가장한 백색가루를 동봉하는 등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긴장 조성, 그리고 확성기 (원점)타격 등 다른 도발 수단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사일 동향에 대해 국정원은 "올해 14회에 걸쳐서 48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ICBM, SLBM 시험 없이 SRBM, 전략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단거리·중거리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3차례 시험 발사를 했고, 고체 추진체를 활용함으로써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전략순항미사일은 5회 시험하고 지상과 수중 플랫폼을 번갈아 쓰며 전술운용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며 "초대형방사포는 3차례 발사했으며, 특히 핵지휘체계와 결합한 18발 동시 사격훈련 등을 감안해볼 때 대남 핵타격 능력이 현존 위협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5월 27일 발사 중에 공중 폭발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는 신형 엔진 사전개발 징후가 없었고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최초 사용한 점을 볼 때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엔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러 정상회담 결과 및 후속 동향에 대해 국정원은 "(북러 양국은) 유사시 상호원조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해 양국관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격상시키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1961년 소련과 북한과의 동맹 수준에 달하는 조약으로 복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북러 간 군사 동맹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여야 간사는 전했다.
국정원은 "(북러)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향후 세관·금융환경 정비를 예고하면서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하는 우주·원자력 분야 협력 등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조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군사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후속조치 이행 속도를 내고 있는데, 러 측은 검사 대표단을 파견하거나 검찰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고 코로나 이후 중단된 나선 지역 관광도 4년 만에 재개됐으며 현재까지 300여 명이 북한을 관광했고, 북측은 군사교육 및 해군 대표단 파견을 통해 인사교류 기반을 다지며 건설, 임가공, 농업분야 북한 노동자 송출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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