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 여야 대치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방송4법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MBC를 비롯한 방송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중요한 건 민생"이라며 티몬·위메프 사태 등을 언급했다. 야당 공세에 대해 민생·개혁 이미지 강조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방송4법에 대한 것, 그리고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청문회에 관한 것, 그리고 (이상인) 방통위원장 부위원장 탄핵 시도에 관한 것. 이게 사실상 다 한 궤에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고 방송4법 중 세 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상태다. 앞서 지난 26일과 28일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이 각각 필리버스터 종결 직후 통과됐고, 현재는 방송4법 중 마지막 법안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이 상정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EBS법 상정 직후부터 다시 필리버스터에 돌입, 종결 표결이 가능해지는 30일 오전까지 토론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방송4법 상정을 지연하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전까지 85시간가량 진행됐다. 지금의 필리버스터가 종결 표결 예정 시간까지 이어진다면, 이번 필리버스터는 100시간을 초과해 2016년 테러방지법 상정 당시 민주당의 192시간 필리버스터에 이은 두 번째 장시간 토론으로 기록된다.
한 대표는 방송4법 처리 이후 쟁점법안으로 떠오를 전망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국민을 위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해 여야 간 입법대치를 예고했다.
한 대표는 또 민주당이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이에 이 전 대행이 자진사퇴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은 공영방송, 특히 MBC를 자기 편으로 지키기 위해서 이 탄핵이라는 굉장한 기술을 민주당만의 잔기술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국민들이 보시기에 어떻게 보겠나"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중요한 건 민생이다. 국민의힘은 그런 입법폭거에 맞섬과 동시에 그보다 더 큰 힘을 민생에 쏟을 것"이라며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금 티몬·위메프 사태로 많은 국민들께서 걱정하고 계시다"며 "저희가 집중적으로 잘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금투세 폐지 문제도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금투세 폐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한 적이 있다. 테이블에 올리고 깊이 논의하자"고도 제안했다.
한 대표는 당 내부 의제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개혁과 신임 사무총장 인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연에 대해선 △민심 파악 기능 △민생정책 개발 기능 △청년정치 지원 기능 세 가지 기능에 따라 여연을 분할해 전문성을 높이자는 안을 제안했다. 신임 사무총장으로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 재선)을 임명했다.
한 대표는 "제가 생각하는 사무총장으로는 변화에 대해 유연하고 그렇지만 어려운 일에 앞장설 수 있는 분"이라며 "널리 얘기를 듣고 찾아봤는데 저는 울산의 서범수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한 번 같이 했으면 어떨까 생가했다"고 인선 취지를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 제37조에 따라 당 대표는 별도의 의결 없이 사무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
다만 지도부 내 '친한 대 친윤' 구도의 핵심으로 꼽히며 당내 거취 논란이 불고 있는 정점식 정책위의장 관련해서는 이날도 별도의 언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 "최고위에선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심사 청문회'와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최재영 목사와 김규현 변호사를 위증 등 협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석상에서 "영부인과 여당대표가 정부 고위직 인사를 논의했다는 근거 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은 최재영 목사는 위증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그리고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 인사와 만나 교감을 나누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고 거짓말한 김규현 변호사는 위증혐의로 고발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또 김 변호사가 제기한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에 대해서도 "김규현이 가십에 불과한 이야기라면서 보도 만류했는데도 JTBC 기자가 단독보도를 강행했다면 이 역시 허위사실 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해당 기자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고발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두 번의 회의를 마친 탄핵청원 청문회를 두고는 "탄핵청문회는 결국 저급한 대통령 탄핵선동의 장으로 전락했다. 탄핵청원 청문회가 아니라 탄핵공작 청문회였다"며 "사기 탄핵쇼"라고 맹비난했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청문회 증인 이종호·김규현 등을 사전에 만나 자료를 받고 검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서도 "법사위원이 청문회 참고인인 김규현을 사전에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사기탄핵 공작"이라며 "부적절한 사전모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가칭 사기탄핵공작진상규명TF을 구성해 민주당 등의 사기탄핵 공작쇼의 진상을 낱낱이 구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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