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족과 노동계가 사측의 교섭 회피와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규탄했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민주노총은 23일 서울, 경기 등 전국 고용노동청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자 유가족들은 7월 5일, 30분 만에 끝난 아리셀과의 교섭 외에 아무런 대책 없이 개별 보상 회유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측은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요구도, 교섭 진행을 위한 담당자 선정도 거부하고, 유족들에게 빨리 합의하면 보상금을 더 주겠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과 화성시의 소극적 행정이 아리셀 사측의 '버티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단체들은 "피해자 유족들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결의로 대부분 장례도 치르지 않고 싸우고 있다"면서 "경기도와 화성시는 7월 31일 이후 체류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회사의 개별 회유 압박을 거들고,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어디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어디에도 피해자 유족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긴급하게 진행된 사업장 점검은 안전으로만 국한됐고, 참사 발생의 핵심 원인인 위장도급 불법파견 점검과 감독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에 따라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재해 발생 시 구속영장 신청을 해야 하지만 구속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단체들은 "정부와 아리셀 사측의 기만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아리셀 사측이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교섭에 나설 수 있게 하기 위한 대책 마련, △ 위장도급,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전국 산업단지 감독, △ 전지 산업 안전대책, 이주노동자 안전대책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 △ 유가족 체류 지원 연장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리셀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사측과 정부의 별다른 노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족들은 연일 직접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날 유족들은 가족이 화마로 목숨을 잃은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을 직접 찾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유족은 "내 새끼 왜 죽였나. 말 좀 해보라"며 절규했다. 이날도 유족들은 경기도청을 찾아 화성시의 체류 지원 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으로도 유족들은 직접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27일에는 희생된 가족의 영정을 들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역까지 행진한다. 다음달 17일에는 유족들에게 힘을 싣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희망버스가 서울에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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