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성인이 된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어린 시절은 행복하기만 했을까? 부모의 작은 꾸중에도 크게 절망해 쉽게 울음보를 터트리곤 했으며 낯선 곳에서의 불안은 매우 깊고 어두웠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갈망하는 이유는 ‘고통의 현실성’에 근거한다. 모든 고통과 불행은 그것이 현재에 주어졌기에 아프고 쓰리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는 어른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고통과 아픔이 현재가 아닌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긴다.
그러나 어른으로 가는 길은 매우 더디고 어린이로 회귀하는 길은 막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진아 작가의 <몰래몰래 공주님>이 열쇠를 제시해준다.
<몰래몰래 공주님>에 등장하는 어린 주인공은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을 찾아가던 중에 사고를 당하게 되고 사고로 인해 ‘엄마의 손길’을 잃어버린다.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생이 되어도 엄마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엄마의 부재’는 그 어느 것으로도 충족되기 힘든 고통이자 불행이다. 특히 어린 주인공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불행한 현실에 대한 극적 반전을 시도하는데….
1988년, 동시(童詩)로 문단에 나온 정진아 작가는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동시와 동화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방송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동시집 <난 내가 참 좋아>, <엄마보다 이쁜 아이>, <힘내라 참외 싹>, <정진아 동시선집>, 옛이야기 그림책 <빤짝빤짝 꾀돌이 막둥이>, <어부 아들 납시오>, 수필집 <맛있는 시> 등이 있으며 현재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정진아 작가의 이야기에 그림을 더한 김이조 화가의 붓놀림은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놀라운 화학작용을 일으켜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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