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인한 국가핵심기반 마비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법(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파업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려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노동계를 중심으로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정부는 개정안 시행을 관철했다.
행정안전부는 사회재난 유형 28종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17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28종 유형 가운데에는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쟁의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인한 마비를 포함한다)로 인한 피해"도 포함됐다. 노조 쟁의행위가 사회재난으로 규정된 것이다. 국가핵심기반은 에너지 공급시설, 교통·물류체계 시설, 금융시설, 의료시설, 청사관리 시설 등이다.
지난 3월 15일 정부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한 후 4개월간 노동계는 '파업의 사회재난 규정' 부분을 두고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4월 25일 '재난안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행정안전부 규탄 및 반대 의견서'에서 "노조법상 쟁의행위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것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노동3권은 노조법 등 하위 법률에서 그 내용을 정하여야 실현되는 권리가 아니라, 헌법의 규정만으로도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지는 구체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지난 4월 16일 성명에서 "파업에 대한 탄압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개악"이라며 "생산을 멈춰 사용자 측의 부당한 요구를 저지하고 사태를 공론화하는 파업의 요체는 사라지고, 파업은 다만 노동자들이 일으킨 '사회적 재난'으로만 여겨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다른 신설 사회재난 유형 가운데에는 '일반인이 자유로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도로·광장·공원·다중이용시설 혼잡에 따른 다중운집 인파 사고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피해', '생활화학제품이나 살생물제 관련 사고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피해' 등이 포함됐다. 이같은 분류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재난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국가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된 사태와 같은 '행정·공공 정보시스템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대규모 피해'도 사회재난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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