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장마 대처 지시사항을 통보하는 정부 공문에 쓰인 대통령 지시사항이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 단 16글자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 현안질의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은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고 방어에 나섰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이른바 '16글자 지시'를 언급하며 "하나마나한 지시사항"이라며 "폭염에는 '폭염 대비를 철저히 할 것', 폭설에는 '폭설 대비를 철저히 할 것'. 앞으로 이렇게 지시사항을 할 것이냐"고 꼬집자, 이 장관은 "대통령님의 지시사항은 잘 아시다시피 대단히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이번에 (나토 정상회의차) 출국하실 때도 출국현장에서 저한테 각별히 당부말씀을 하셨고, 그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니고 '행안부장관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는 말씀, 그다음에 '산사태라든가 수중 사태라든가 침수 사고에 만전을 기하라'는 말씀을 다 하셨다"고 윤 대통령의 출국시 당부 사항을 공개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지시사항은 달랐다"며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당시 문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은 △위험지역의 선제적 통제 △필요시 공공시설 등 안전한 장소 사전대비 △해상 선박 피해 방지를 위한 대피 △산업현장 강풍사고 방지 철저 △소방관·경찰관 등 재난현장 대응인력에 대한 안전조치 △해안가 하천변 등이 아닌 안전한 장소에 머물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등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재난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어떤 지시를 해야 행정기관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기 때문에 이렇게 지시사항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의원은 "이 '16자 지시사항' 때문에 국민들 반응이 난리였다"며 "국가대표 감독 지시사항 '이번 월드컵 철저히 준비해 우승할 것', 아버지 지시사항 '비 오니까 우산 들고 나가라', '무정부니까 국민들 알아서 대비해라', 얼마나 황당했으면 이런 패러디가 넘쳐나겠나" 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그러자 재반박에 나서 "국가라는 것은 계층이 있고 위계가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구체적 개별적 지시를 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구체적 지시가 오히려 문제라는 취지로 들렸다.
이 장관은 "대통령님께서 포괄적인 지시를 하고, 그런 다음에 국무총리, 그리고 재난본부장인 제가 개별적 구체적 지시를 하는 것이지 대통령님께서 어떻게 하나하나 구체적인 지시를 하겠느냐"며 "그 이후 후속해서 국무총리·중대본부장에게 지시가 차례로 내려가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윤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해 "여기에 '이번 장마에도'라고 돼있다. 이것은 작년 장마처럼 하라는 것 아니냐"며 "작년에 오송 참사도 있었고, 해병대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는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를 언급하며 "현장에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있었지만 성능 인증을 받지 않은 약한 것이라서 차량충격 방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성능 인증을 강화한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의원 말씀에 적극 공감하고 순차적으로 방호 울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시행을 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행안위 회의에서는 지난달 19일 전체회의에 이어 국가정보원 출신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간부의 얼굴 비공개 문제가 재차 도마에 올랐다. 황인수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이 이날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상임위에 출석한 데 대해 야당은 국회 무시라며 반발했고, 거듭된 요청에도 황 국장이 마스크를 벗지 않자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그를 퇴거 조치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몇 가지 방안을 찾았지만 아직 법 규범과 관련해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적절한 방안과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 행안위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오는 17일까지 관련 내용을 공문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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