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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산재 카르텔' 여론몰이, 노동자 권리 축소 의도"

노동계 설문조사 결과 "산재보험, 공정하고 충분하게 보상되지 않는 제도"

윤석열 정부가 산재보험 재정 부실화 의혹을 '산재 카르텔'로 규정하는 등 산재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몰이에 앞장 선 데 대해 노동자 10명 중 8명은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산재보험의 실태와 개선 과제를 확인하기 위한 설문조사가 지난 2일 산재보험 60주년 국회 토론회 '산재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산재보험 개선 과제'에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의 발표로 공개됐다. 조사는 노동조합과 노동안전보건단체가 모인 '윤석열 정부 산재보험 제도 개악 대응 함께'가 지난 3월 27일부터 5월 16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전국에서 2845명이 참여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산재노동자들에 대해 '산재 카르텔', '나일롱 환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3%는 '산재 노동자들을 비난하며 보호와 권리를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답했다. '근로복지공단 및 산재보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답한 응답은 6.9%에 그쳤으며, '잘 모르겠다'는 10.0%였다.

주관식 답변 가운데에는 "산재보험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피해보상입니다. 산재 카르텔 운운하는것은 사람을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 취급하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라거나 "산재환자 일부를 보고 그 이유로 법을 만들어 전체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아프고 병든 환자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나이롱 환자는 병원 또는 근로복지공단 자체 시스템 문제로 봐야 된다" 등의 내용도 있었다.

▲ '노동자가 본 산재보험 실태와 개선 과제: 2024년 실태조사 결과 발표' 중.

'귀하는 산재보험이 산재 노동자들을 위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32.1%(913명), '아니다'가 35.6%(1014명), '잘 모르겠다'가 32.3%(918명)로 각각의 응답이 3분의 1씩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한 응답을 사업장 규모와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따라 나눈 결과, 노조 미가입 가입자의 경우 '아니다'라는 부정 평가(54.2%)가 '그렇다'(17.0%)라는 긍정 평가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아니다'(34.1%)라는 부정 평가가 '그렇다'는 긍정 평가(26.9%)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산재보험이 노동자들을 위해 잘 운영되지 못한다고 응답한 1014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산재 불승인되는 경우가 많아서'라는 답변이 30%로 가장 많았고, '산재 결정 기간이 오래 걸려서'는 27%, '산재 신청이 어렵고 복잡해서'는 26.7%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산재 카르텔' 운운하며 산재보험에 대한 접근을 더 어렵게 할 때가 아니다"라며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신청을 더 간소하게 하고, 산재는 어렵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판정에 걸리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이런 변화를 노동자들에게 부지런히 알려야 한다"고 첨언했다.

'산재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산재보험을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산재 인정 기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48.2%)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외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38.6%), △산재 절차 간소화와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33.6%), △산재 보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32.7%), △산재 신청시 우선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이후 산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30.4%) 등이 30% 이상의 고른 응답을 받았다.(모든 응답자가 1개 이상 답변했으며 복수 응답이 가능해 총 답변 수는 5594였다.)

앞서 산재보험이 잘 운영되지 않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되는 경우가 많아서'와 '산재 결정 기간이 오래 걸려서' 등이 거론됐는데, 개선 과제에 대한 응답에서도 '산재 인정 기준 확대',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 보험 적용', '산재 절차 간소화와 기간 단축' 등이 우선 과제로 꼽혔다.

이에 보고서는 "승인 범위가 좁고, 불승인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래서 산재 보험 적용 범위와 보상 범위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많다는 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대한 답답함이 커서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보고서는 "산재 처리가 되지 않을까봐 불안한 노동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근무로 얻은 질병에 대해 10년 전 치료받은 기록을 통해 기왕증이라 하여 산재 불승인은 산재보험의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근로자의 산재 청구 자체를 가로막는 것이라 봅니다"와 같은 주관식 답변란에 쓰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정부는 이 구체적인 목소리들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보고서는 '3년 내에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적 있다'는 답변 44.4% 가운데 노조 가입자는 43.5%, 미가입자는 58.5%로 나타났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경험이 더 많다고 했다.

업무로 아픈 경험을 했다는 답변 중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경우가 32%, 산재 아닌 경우가 68%였다며 "일하다 아프거나 다친 경우의 3분의2는 산재보험으로 보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산재가 아닌 경우에 '왜 산재보험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물은 결과, 경미한 부상이나 질병이라서 산재 처리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57%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응답자 364명 중 125명이 '산재 신청 절차를 모르고 어려워서', 95명은 '산재 신청 시 불이익이 걱정돼서'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산재보험 시행) 6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제도는 어렵고 불친절하며, 공정하고 충분하게 보상되지 않는 제도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나일롱 환자' 프레임으로 산재 노동자를 바라보며, 요양기간 단축 등으로 산재 노동자를 통제, 관리,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더 많은 노동자가 아플 때 제대로 쉬며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에만 매진해도 바쁜 상황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카르텔' 논란은 보수신문의 한 온라인 기사로 촉발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 26일 자 '산재보험금 6억 타낸 '사지장애 환자', 담배 떨어지자 휠체어서 '벌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잉 진료 의심 환자 세 명의 사례를 보도했다.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이주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노동부에 대대적인 감사를 요청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감사를 벌여 486건(약 113억 원)의 부정수급을 적발했지만, <조선>에서 보도한 세 명의 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단체 회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열린 '일하는 사람 곁에 없는 산재보험 60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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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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